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K뷰티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이 한국 뷰티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쓴다. 지난 3·4분기까지 누적 매출 증가율이 30%에 달하는 고성장을 거듭하며 올해 국내 뷰티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10대 뷰티기업으로의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1964년 서성환 선대 회장 당시 국내 화장품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수출을 시작한 이래 1993년 중국 선양에 해외법인을 세우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지 23년 만이다. 글로벌 10대 뷰티기업에는 로레알과 유니레버, 에스티로더 등 쟁쟁한 구미권의 강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10대 뷰티기업에 포함된 아시아권 기업은 시세이도와 카오 두 곳에 불과하며 모두 일본 회사다.아모레퍼시픽이 WWD 100대 뷰티기업에 이름을 올린 것은 꽤 오래된 일이지만 상위권에 랭크된 것은 10년 안팎이다. 2006년 20위에 오른 후 8년 만인 2014년 전년 대비 21.2%의 매출 증가율로 4조4,700억원(당시 환율 44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14위로 도약했다. 2015년에는 5조4,900억원(당시 환율 49억4,000만달러) 매출을 내며 12위로 점프, 11위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50억1,000만 달러)을 바짝 뒤쫓았다. 올해 아모레퍼시픽이 10대 뷰티기업 진입이 유력한 이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높은 매출 증가율이다. 지난해 매출 상위 15위 뷰티기업 가운데 15%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이룬 곳은 11위인 LVMH와 12위 아모레퍼시픽이 유일했다. 10% 이상 성장한 곳을 추려봐도 5위인 시세이도와 3위인 프록터앤드겜블, 2위인 유니레버와 1위 로레알 등 최상위권에 국한된다. 지난해 10위를 차지한 카오와 9위에 오른 에이본프로덕츠가 연 매출 50억 달러 초반을 기록해 아모레퍼시픽과의 격차가 크지 않은데다 성장률 또한 저조하다는 점도 아모레퍼시픽의 10위 진입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에이본프로덕츠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7.5%나 줄어들면서 올 초 전체 직원의 7%를 구조조정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시세이도와 더불어 일본 뷰티업계 순위 1·2위를 다투는 카오 역시 일본 내수 부진의 여파로 2년 연속 3%대 성장에 그쳤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의 성장률은 올해도 견고하다. 3·4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9% 성장한 1조6,543억원, 영업이익은 16.7% 증가한 2,19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사업은 3·4분기 누적매출 1조2,323억원을 달성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9% 성장한 결과다. 아시아 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성장한 3,762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상하이 지우광 백화점에서 고객이 설화수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강점이자 한계로 지적되는 아시아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저변도 꾸준히 넓히고 있다. 2003년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매장을 미국 뉴욕에 낸 데 이어 2010년에는 설화수를 뉴욕 버그도프굿맨에, 2014년 라네즈를 미주 타겟에 입점시키며 미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997년 향수 브랜드 롤리타 렘피카를 선보인 데 이어 2011년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을 인수, 향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인구 1,000만 이상의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주력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설화수] 미국 뉴욕 버그도프굿맨 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