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삼성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필수적인 합병 성사를 위한 ‘민원’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여기에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외에 승마협회 프로그램 등의 형식으로 최순실 일가에 수십억원을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이 과정에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까지 이뤄졌기 때문에 검찰의 의혹 제기는 나름 개연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당시 이 합병은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지난해 5월 삼성이 합병 결정을 발표한 다음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며 반대세력을 결집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지분을 7.12%까지 매집한 엘리엇은 합병을 막기 위해 합병결의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내기도 했다. 이후 양측 간의 일진일퇴 공방이 거듭된 후 7월10일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으로 일단락된다. 국민 여론도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지켜냈다며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당장에도 청와대 독대(7월24일)와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 일자 10일의 앞뒤가 안 맞는 사실관계가 드러난다.
검찰 수사로 앞으로는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우리 기업의 방파제 역할을 했던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이 사라지리라는 우려가 크다. 검찰은 정확히 수사하되 국민연금이 수행해온 공적 의사결정 구조는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엘리엇의 삼성 공격이 성공했더라면 한국 경제에 어떤 결과로 나타났을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