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수색’ 카드 꺼낸 檢…우병우 직무유기 의혹 수사 속도 낸다

수임사건 누락의혹도... 우 전 수석 금융거래 자료 분석
최순실 비리묵인 혐의 포착...이르면 주중 재소환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서울 창성동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실에 압수수색이 들어간 23일 오후 경비원이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우병우(49)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수사를 더는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이 특검 후보군을 압축하는 등 특검이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수사가 늦춰질 경우 자칫 우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우 수석에 대한 수사 진행이 더딘 터라 ‘제 식구 감싸기’ 등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입건이라는 ‘초강수’를 둔 검찰이 우 수석의 혐의 입증에 집중하면서 수사에 가속을 붙이는 모양새다.


검찰이 이날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감찰 관련 문서·컴퓨터 하드디스크·관련자 휴대폰 등을 확보한 곳은 청와대 경내가 아닌 인근 별도 사무실인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실이다. 이곳은 청와대가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민정수석비서관 산하에 별도로 설치한 조직으로 고위공무원과 관련된 감찰 사안이 있을 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검찰·경찰·국세청에서 파견한 검사와 수사관·감찰인력 등이 배치돼 근무한다.

검찰이 이곳을 압수 수색하면서 주목하는 부분은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여부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비선실세’로 암약한 최순실(60)씨와 측근들의 국정농단 사태를 알면서도 방조·묵인했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측근을 관리하는 본인 직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직무유기’ 혐의다. 최씨와 측근들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막지 못했든, 알지 못해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든 총책임자로서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각종 비리 정황을 확인하고도 묵살했다면 직무유기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이 우 전 수석 수사에 속도를 붙이는 시발점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지난 10일 우 전 수석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폰 등 증거물을 확보한 후 10여일 만에 그의 금융거래 자료를 분석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검찰은 최근 법원에서 계좌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우 전 수석의 금융거래 자료를 확보·분석하면서 ‘몰래 변론’ 등 수임비리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변호사 개업 이후 2014년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될 때까지 1년간 20여건의 사건을 수임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액수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유사수신 투자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도나도나’ 사건을 몰래 변론했다는 의혹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한 뒤 이르면 주중 우 전 수석을 불러 최씨 등의 각종 비리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최씨의 비호를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차은택(47·구속)씨와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의 각종 인사·이권 개입 의혹을 내사하고도 조처하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조사 대상이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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