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마련한 주택용 누진제를 3단계·3배로 낮추는 안이 12월1일부터 소급적용되면 앞으로는 전기요금 폭탄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3단계·3배수의 누진제는 남아 있지만 현재처럼 12배에 육박하는 징벌적 요금부과는 없기 때문이다.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 정책관도 24일 “현행 6단계·11.7배로 과도한 누진단계와 배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3가지 누진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도입이 가장 유력한 것은 3안이다. 1단계(~200kwh) 요율에 현행 1~2단계 평균요율(93원90전)을 적용하고 2단계(201~400kwh)와 3단계(401kwh~)는 각각 현행 3단계(187원90전)와 4단계(280원60전) 요율을 적용했다. 또 1단계 요율이 기존보다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200kwh 이하 사용가구에는 4,000원씩 정액 할인을 해주기로 했다. 김 정책관은 “1단계 요율 증가로 200kwh 이하 868만가구의 요금이 최대 3,760원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 4,000원의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안을 토대로 구간별 요금을 현행과 비교해보면 최대 50%의 할인 효과가 나타났다. 앞서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도시 가구의 봄가을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342kwh(4단계)로, 5만3,000원(부가가치세·저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의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여름철 1.84㎾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가동하면 441.6kwh를 추가로 쓰게 되면서 6단계(501kwh 이상)에 속하게 돼 전기요금은 32만1,000원으로 치솟는다. 그러나 3단계 개편안이 시행되면 전기요금은 17만원가량으로 줄게 된다. 산업부는 구간별로 동결(300kwh)∼51.2%(1,000kwh)의 할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어떤 개편안이든 전력사용량이 1,000kwh 이상인 ‘슈퍼 유저(super user)’에 대해서는 동·하절기에 한해 기존 최고요율(709원50전)을 적용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단계 2.6배 개편안, 국민의당은 4단계 11.7배 개편안을 내놓았다. 김 정책관은 “더불어민주당의 개편안은 다소비 가구의 요금부담이 가장 크게 줄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국민의당은 과도한 누진배율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야당안의 경우 한전의 수입감소가 1조6,000억원에 달해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에는 취약계층에 대한 할인혜택도 확대했다. 특히 유아가 있어 장시간 냉난방을 할 수밖에 없는 출산 가구를 취약계층에 포함시켰다. 출산 가구는 월 1만5,000원 한도 내에서 전기요금을 30% 할인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의 정액 할인 한도는 현행 월 8,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두 배 늘렸다. 에어컨 사용이 많은 여름철에는 할인금액을 2만원으로 증액한다. 다자녀·다가족 가구의 요금 할인율은 현행 20%(3자녀 이상, 월 1만2,000원 한도), 한 단계 낮은 요율(대가족, 월 1만2,000원 한도)에서 30%(월 1만5,000원 한도)로 늘렸다.
사회복지시설 할인율도 20%에서 30%로 확대됐다. ‘찜통교실’ ‘냉동교실’ 논란을 낳은 교육용 전기요금 산정방식 역시 바뀐다. 연중 최대 피크치를 매월 적용하던 방식에서 당월 피크치를 당월 요금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전기요금 부담을 평균 15∼20% 줄였다./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