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내년 금리 인상에 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효과에 미 소비가 살아나고 기업투자도 기지개를 켜고 있어 벌써 세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매파적 예상이 득세하고 있다. 연준의 긴축 행보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예상에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12엔대까지 하락했고 금값은 9개월 만에 온스당 1,200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연준이 23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위원들은 “비교적 이른 시일(relatively soon) 안에 금리를 올리는 것이 충분히 적절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일부 위원은 연준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다음달 정책금리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0.25~0.5%로 지난해 12월 0.25%포인트 인상된 후 미 고용과 물가의 안정적 증가세를 확인하는 작업 속에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투표와 미 대선을 거치며 동결 행진을 이어왔다. 회의록 공개 이후 미 연방금리선물시장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93.5%로 확실시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가능성 100%’라고 기정사실화했다.
대니얼 디마르티노 전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자문위원은 이날 CNBC에 출연해 “연준이 골대를 옮기고 있다”면서 “이제 투자자는 12월 이후의 긴축 사이클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준 위원들은 내년 금리 인상 횟수에 대한 발언을 피하고 있지만 그간 연준이 ‘점진적 금리 인상’ 원칙을 주장해 시장은 내년 두 차례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저금리에 미 경기확장세가 완연해지자 최근 골드만삭스 등은 세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 전망을 내놓았다. 미 대선이 끝나 불확실성이 줄어든 가운데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감세정책이 미 경제에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2%에 육박하고 있는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해 연준의 긴축 행보를 재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미시간대는 트럼프 당선 결과를 반영한 11월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93.8로 한달 전의 87.2보다 크게 올라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내구재주문 역시 전월 대비 4.8% 늘어 1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는 등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도 완연하다.
연준의 금리 인상 예상에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2.4%까지 올랐다가 2.35%로 마감했다. 유로화와 엔·파운드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78까지 올라 18일의 고점(101.32)을 경신하며 2003년 4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달러강세에 엔화가치는 달러당 장중 112.89엔대까지 떨어졌으며 금값은 이날 온스당 21.90달러 하락한 1,189.30달러를 기록, 2월 이후 처음 1,2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