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하루 전인 지난달 24일과 비교해 주가가 한 달 새 21% 넘게 급락했다.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7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한 달 만에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제일모직과의 합병 당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 말 16만원대 중반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달 들어 의혹이 불거지면서 현재 13만원대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그룹 총수의 사면과 석방을 둘러싸고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CJ(001040)는 최근 한 달간 주가가 12%가량 빠졌고 한화(000880)도 10% 가까이 하락했다. 최순실이 인사와 광고발주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KT(030200)는 최고경영자(CEO)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 달 동안 6% 넘게 주가가 하락 중이다.
면세점 추가 선정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SK(034730)와 롯데그룹 관련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너 일가와 호텔롯데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023530)은 최근 한 달 주가가 4% 넘게 빠졌고 그룹 내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SK네트웍스(001740)는 3% 가까이 하락했다. 이 밖에 CJ E&M(130960)(-21.20%)과 YG엔터테인먼트(-18.07%)도 중국의 한류 금지령 속에 최순실 사태에까지 연루되면서 급락 중이다. 경쟁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에스엠(041510)(-13.11%)과 JYP엔터(-9.97%) 등과 비교해도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박 대통령이 특혜성 규제 완화를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줄기세포 관련주들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았다. 차움병원이 소속된 차병원그룹 계열의 차바이오텍(085660)은 한 달 새 19%가량 곤두박질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줄기세포 불법 시술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알앤엘바이오의 관계사인 네이처셀(007390)은 전날 미국 임상시험 계획 승인 발표 전까지 25% 가까이 급락했다. 세원셀론텍(091090)(-17.45%)과 SK바이오랜드(052260)(-17.14%), 메디포스트(078160)(15.96%), 녹십자셀(031390)(-11.33%) 등 다른 줄기세포주들 모두 10% 넘게 떨어졌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기업이 과거와 달리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고 해당 기업의 시장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따라 주가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며 “정치적 내홍이 가라앉기 전까지는 중립 이하의 시장 기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