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갑자기 시련을 겪고 삶의 의욕을 잃은 분들께 이 책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배우 신동욱(사진)이 ‘소설가’란 직함을 달고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섰다. 2011년 군 복무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란 희소병 판정을 받아 의병제대하고 연예활동을 중단한 지 5년 만이다. 투병 중 써내려간 책은 유쾌한 우주과학 로맨스 어드벤처 장편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다산책방)다. 천재 사업가 맥 매커천이 우주에서 조난당한 뒤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책 역시 ‘돌아오겠다’던 팬들과의 약속 덕에 존재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13년 팬카페에 ‘회복돼 뻔뻔하게 돌아오겠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어요. 그런데 몸도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복귀가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더군요.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고 싶어 고민하다 글쓰기를 떠올리게 됐죠.” 우주라는 배경은 “우주 덕후”인 작가의 관심이 반영됐다. 아폴로13, 콘텍트, 인터스텔라 등 우주 배경 영화를 즐겨 봐온 그는 전문적인 묘사를 위해 150여권의 관련 서적을 읽고 항공우주 전문가에게 자문도 했다.
사람 하나 없는 곳에 남겨져 표류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선 의도치 않게 신동욱이 떠오른다. 실제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에 감정이 이입돼 내 외로움이나 심리가 많이 투영된 것 같다”고. 외롭고 힘들고 굶어 죽을 위기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맥 매커천처럼 글 곳곳에서 신동욱의 유쾌함이 느껴져 오히려 독자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
초기 치료가 잘 돼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신동욱은 연기 복귀에 대해선 “약속까진 하지 못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대신 “책은 기회가 된다면 또 쓰고 싶다. 수필, 로맨스, 판타지, 범죄심리학까지 쓰고 싶은 장르와 소재도 무궁무진하다”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책 마지막 ‘작가의 말’엔 이런 글이 있다. ‘나는 위로를 받지 않기 위해, 버텨내기 위해 사람들을 피했다. 내 자신을 나만의 우주에 가두기 시작했다. 나의 5년간의 우주유영은 그렇게 시작됐다. 때문에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소설에서 맥 매커천은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지. 아내와의 약속은 어떻게 될지.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제공=다산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