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강국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의 조타수 역할을 했으나 이제 그 시대가 점차 막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세계 경제의 중심은 북쪽에서 남쪽 즉 ‘서던 벨트(Southern Belt)’로 이동하고 있다.”
‘제3의 물결’의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의 양대 산맥인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 힘의 이동 방향을 이같이 예측했다. 그러면서 “신흥경제국은 이제 세계 무대의 조연에서 벗어나 주연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이스비트는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메가트렌드’를 쓴 미래학자로 놀라운 예측력으로 정평이 있다.
그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존 나이스비트 힘의 이동’은 중국 전문가이자 아내인 도리스 나이스비트와 함께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세계 힘의 축이 남반구를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서던 벨트’ 즉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로 이동할 것으로 보았다. 이 세 대륙은 그동안은 서방의 변방이었지만 이 대륙에 속한 신흥경제국들이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서로 동맹을 맺으며 힘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2013년 브릭스(BRICS) 5개국이 공동으로 1,0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안정기금을 창설하는 등 ‘서던 벨트’의 동맹은 이미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울러 나이스비트는 앞으로 수십년간 신흥경제국은 서방 선진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롭게 탄생하는 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운데 70%는 신흥경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일 것이며, 글로벌 ‘서던벨트’는 세계무대에서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2013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150개 신흥경제국의 국내총생산(GDP) 총액이 처음으로 미국을 제외한 37개 선진국의 GDP 총액을 추월하는 등 이미 이러한 변화는 시작됐다. 또 글로벌 ‘서던 벨트’에 속한 국가에서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중산층이 등장하고 있는데 일 평균 수입 혹은 일 평균 소비 총액이 10~100달러에 이르는 중산층의 증가율이 가장 빠른 곳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이며,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역시 인구의 절반가량이 10년 안에 중산층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심지어 2030년에 이르러서는 아시아 국가가 경제력, 인구, 군비 지출, 기술 투자 규모에서 북미와 유럽을 넘어설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세계 중산층 인구의 64%가 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며, 이 지역의 중산층 소비액이 세계 중산층 소비액의 40%를 차지하게 되는 반면에 미국과 유럽의 중산층 인구가 세계 중산층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0%에서 2030년 22%까지 급감할 것이기 때문에 생기는 불가피한 변화라는 것이 나이스비트의 관점이다.
저자는 새롭게 재편되는 다중심 세계의 리더는 중국일 것이라면서 5년 후 이머징국가에서 증가하는 부(富)의 절반이 중국에서 창출될 것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 그는 현재 두 나라는 모두 세계적인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으며 앞으로 10년 동안은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과 200년 역사에 불과한 미국이 자국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기 위한 치열한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성장을 멈춘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나이스비트의 예측은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데이터와 사례가 풍부해 설득력을 가진다. 1만9,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