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학생들이 그의 사진 아래 촛불을 켜고 꽃을 놓고 있다./AFP연합뉴스
쿠바 국민들은 25일(현지시간) 오후 타계한 ‘혁명의 아이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차분하게 추모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6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29분 카스트로 의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뒤 쿠바 수도 아바나의 식당은 모두 문을 닫았고, 시민들은 집으로 달려가 한 시대를 풍미한 카스트로 의장의 역사적인 사망 소식을 함께 슬퍼했다.
아바나의 시민 야넬라는 “피델은 우리 삶의 일부였다”면서 “누구나 언젠가는 죽지만, 우리에게 이런 순간이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비통해했다.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디그나 마르티사는 “우리는 앞으로 100년간 카스트로 의장을 애도할 것”이라고 했다. 30대라고 밝힌 하비에르 가르시아는 “쿠바의 미래는 카스트로 전 의장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경제 개혁결과에 달렸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이날 상점이 밀집한 아바나 23번가는 쇼핑객들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서핑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 평소와 다름없는 주말 풍경이었다면서도 카스트로 의장의 사망이 전해진 후 크게 울리던 음악 소리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한 쿠바 기관지들은 이날만큼은 밝은 적색과 파란색 신문 제호 대신 오로지 검은 잉크로만 제작해 카스트로 전 의장을 추모했다.
앞서 쿠바 정부는 9일간의 애도 기간 음악, 공연과 같은 연예행사를 전면 금지하고 모든 관청에 조기 게양을 지시한다고 발표했다. 장례식은 29일 치러진다.
한편 쿠바 반체제인사들은 카스트로 의장의 별세 후 당장 쿠바 정치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리라 전망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이 죽기 전까지 쿠바의 실력자 노릇을 했으나 동생 라울에게 10년 전 정권을 이양해 정치적 영향력이 쇠퇴한 탓이다. 쿠바 정치범 부인들의 모임인 ‘레이디스 인 화이트’(Ladies in White) 대표 베르타 솔레르는 EFE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바뀐 것은 없다”면서 “좋은 소식은 독재자가 1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정치범 출신인 호세 다니엘 페레르 쿠바 애국주의 연합 대표도 “앞으로 수주 내에 반체제인사와 독재정권 위험인물을 겨냥한 통제와 탄압이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