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 환경이 내년에는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주력 수출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우리나라 기업은 10개 중 서너 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했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은 회복기에 접어들지만 건설과 석유화학 업종은 후퇴기에 접어들고 조선업은 침체기가 계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국제무역연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국내 경제·산업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산업연은 먼저 ‘2017년 경제·산업전망’에서 내년 전체 수출이 올해보다 2.1% 증가한 5,00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은 내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올해보다 연간 25.3% 뛴 50달러선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유가가 반등하면 우리 주력 수출품들의 제품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데다 중동과 러시아 등 신흥국 수요가 개선될 수 있어서다. 산업연은 12대 주력 수출품(산업연 기준) 가운데 내년 수출액 증가 폭이 가장 큰 제품은 정유(10.7%), 두 번째는 석유화학(5.5%)으로 예상했다. 두 제품은 우리 전체 수출액에서 약 17%를 차지하는데 만약 유가가 뛰지 않으면 내년 수출 회복 전망도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유가가 예상만큼 뛰지 않으면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병규 산업연 원장은 “유가가 예상보다 오르지 않으면 마이너스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보고서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를 했지만 이란과 리비아, 이라크 등이 증산을 요구하고 있어 (감산이) 이행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무역연이 국내 수출기업 1,12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내놓은 ‘2016년 수출기업 경쟁력 실태조사’에서도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기업들 대부분(77.4%)이 수출 회복 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전망했고 5곳 중 한 곳(21%)은 “회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주력 수출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수준은 36.7%가 ‘우위’, 45.6%가 ‘동등’, 17.7%가 ‘열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연이 발표한 ‘2017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감돈다. 현대연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전 세계 보호무역 확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수출시장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세계 무역도 △글로벌 공급과잉 △세계 수요 변화 △해외 생산 확대 △보호무역 강화 △미국 트럼프 정부 등 5개 대외 변수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두용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비관세 무역장벽 강화 등도 국내 산업 회복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내년에도 글로벌 공급과잉은 조선과 철강·정유·섬유·가전·정보통신기기에서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전체 25%)인 중국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를 찾기 힘들다. 산업연은 내년 중국 성장률은 올해 예상치(6.6%)보다 더 하락한 6.2%로 봤다. 여기에 12대 주력 품목 가운데 자동차를 제외한 11개 품목이 모두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수출 비중이 75%에 달하는 디스플레이와 30%에 육박하는 휴대폰, 가전(9.2%)은 대중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연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석유화학의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말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전체 수출이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0월(확정치 기준) 현재 우리 수출은 -8%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 수출이 반등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통계 작성(1956년) 이후 사상 처음 3년 연속 수출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세종=구경우기자 김현진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