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불확실성이 내년도 석유화학업계 경영 계획에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모두 활용해 한국 석유화학업계에 대한 견제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자국 수출기업에 대한 세제혜택까지 늘려가며 한국 기업 공략에 나서 국내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일부터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률을 기존 13%에서 17%로 상향 조정해 적용하고 있다. 사실상 부가세 전액을 되돌려주는 셈이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9월까지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총 2,680만톤으로 전년 대비 58.9% 늘었는데 증치세 환급률 인상에 따라 수출이 추가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역내 시장에 중국산 경유와 휘발유 수출물량이 풀리면 최근 상승세를 탄 정제마진(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값)이 하락해 정유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유화업계의 진단이다.
관세 및 비관세 장벽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에 앞서 22일 전기차 배터리 인증 기준을 강화해 리튬이온전지의 연간 생산능력 기준을 기존 0.2GWh에서 8GWh로 40배 늘렸다.
수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치한 삼성SDI와 LG화학의 생산능력은 새로운 기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당장 공장 생산라인을 멈춰야 할 위기에 몰리게 됐다.
한국산(産) 수입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재조사에도 착수했다. OCI·한화케미칼 등 국내 업체들은 올해 9월까지 중국에 약 7억4,600만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했는데 만약 덤핑 판정이 내려질 경우 수출길이 막힐 우려가 있다. 현재 OCI와 한화케미칼에 부과되는 관세는 각각 2.4%, 12.3% 수준인데 중국 업체들은 이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의 대대적 투자도 국내 유화업계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중국의 룽성그룹은 최근 오는 2020년까지 최대 1,00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PX) 설비를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PX는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화학물질로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의 원료가 된다. PTA가 다시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 등의 재료로 활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유화업계의 기초원료인 셈이다.
사실 PX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미운 오리 새끼’로 분류됐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의 폴리에스테르 수요가 10% 가까이 늘어난 반면 PX 생산량은 1%가량 증가하는 데 그쳐 국내 업체들이 최대 수혜를 봤다.
이렇게 상황이 역전되자 중국이 부랴부랴 공격적인 PX 증설에 나선 셈이다. 관련 업계는 2020년이 되면 중국이 PX를 사실상 자급하는 수준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OIL·한화토탈·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등이 PX를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