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에 정박한 컨테이너선박 전경 사진. /서울경제DB
국내 최대 해운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전 세계 주요에서 소속선박이 화물을 내리지 못하며 발생한 물류대란이 석 달여 만에 공식 종료됐다. 해양수산부는 27일 캐나다 밴쿠버 항만에서 한진 비엔나호의 하역을 끝으로 한진해운 141척의 선박 하역을 완료했다고 28일 밝혔다. 한진해운이 지난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약 석 달 만이다. 반선된 선박에 승선한 선원(내국인 255명·외국인 294명) 649명은 본국으로 귀국할 수 있게 조치했다. 해수부는 한진해운 배에 실려있던 39만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가운데 아직 화주에게 인도되지 않은 2만3,000TEU에 대한 처리 상황도 지켜볼 계획이다.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이 일단락됐지만 소속 직원 실업과 화물인도 지연, 국내 최대항만 부산항의 환적 물량 감소 등 상처는 컸다.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중인 다음 달 10일 노사 합의와 법원 승인을 거쳐 근로계약 해지가 사전 예고된 선원 492명에 대한 해고절차를 시행한다. 해고 선원들은 퇴직금과 평균임금 2개월분에 달하는 실업수당, 미사용 유급 휴가금 등을 받게 된다. 국내 주요 선사 29곳이 한진해운 해직 직원의 일부를 고용할 방침이지만, 전원이 재고용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해수부는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한진해운 인력에 대한 전직교육 등 재취업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환적화물의 약 80%를 처리하는 부산항도 타격을 받았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환적화물(20피트 컨테이너 기준)은 81만6,71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6% 줄었다. 지난 9월 환적 화물량이 4.7% 줄어든 데 이어 감소 폭이 확대됐다.
이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실제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이용하던 부산 신항 한진터미널의 지난달 물동량은 9만3,661개에 그쳤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20만6,410개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의 실적이다. 한진터미널의 지난달 환적화물도 지난해 10만9,542개의 절반 이하인 4만9,690개로 감소했다.
반면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글로벌 1·2위 해운사인 머스크·MSC는 국내 수출입과 환적화물 처리량이 늘어나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양사가 주로 이용하는 부산 신항 2부두의 지난달 컨테이너 처리량은 42만236개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2% 증가했다. 수출입 화물은 15만4,229개로 34.66%, 환적화물은 26만6,006개로 13.15% 각각 늘어났다. 이는 한진해운과 거래하던 국내외 화주들이 법정관리 등 경영상 위험이 거의 없는 글로벌 최대 선사들인 머스크와 MSC에 화물을 옮긴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