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 "SI·위치기반 이어 푸드테크 기업 발돋움…사업계획 99% 틀어졌지만 끝까지 밀어붙였죠"

[CEO&STORY]
전자지도·친구찾기 서비스 등 일찌감치 위치정보 사업 눈떠
닷컴버블 꺼지면서 위기…다시 회사 키워 코스닥 상장·매각
맛집정보 담은 '식신'으로 재도약 "도전정신이 성장 밑거름"

안병익 식신 대표/사진제공=식신


세 번 창업해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벤처 창업가가 있다. 그렇다고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기업을 세우자마자 지난 2000년 닷컴버블이 닥쳐 직원 월급을 3개월간 못 주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여 코스닥에 상장까지 했다. 이후 회사를 나와 벤처기업을 설립해 또 다른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푸드테크 기업 ‘식신’의 안병익 대표 이야기다. 24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만나 그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2010년 설립한 식신은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한다. 이 앱은 내려받은 건수가 300만건, 월 페이지뷰가 2,000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20여년간 위치 정보를 연구해온 덕분에 가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석사 과정을 마친 후 1993년 KT 연구개발본부에서 전임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지하에 매설된 통신 선로를 지도에 표기하고 현황을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연구했습니다. 등고선만 표기된 지도를 쓰던 시절인데 한발 앞서 건물, 도로 폭 등이 드러난 지도를 만들고 있었죠. 그때 전자지도를 위치 정보와 결합해 사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화번호부 데이터베이스(DB)와 결합해 건물 위치 등이 자세하게 표기된 지도를 사업화한 것도 이때다. 연구본부 내 사내벤처로 ‘한국통신정보기술’을 설립해 다음·네이버·야후와 같은 포털 사업자와 언론사 등 30여곳에 인터넷 지도를 공급했다. 위치 정보의 사업 가능성을 엿본 그는 창업 행보를 본격화했다. 안 대표는 “2000년부터는 모바일 시장에서 위치 정보가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위치기반 솔루션을 바탕으로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 ‘포인트아이’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기지국을 활용해 친구의 위치를 찾아주는 ‘친구 찾기’와 ‘아이 서치’ 서비스는 위치 정보를 활용한 사업 작품이었다. 서비스가 출시된 2003년 부모가 자녀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연인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사용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인기는 높았다.

하지만 친구 찾기 서비스를 선보이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한창 정보기술(IT) 분야에 회사들이 잇따라 세워지고 상당한 투자가 이뤄지던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가 어려운 적도 있었다. 당장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위치기반서비스(LBS) 개발을 미뤄둔 채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에 매달려야 했다.


“시스템통합(SI)으로 번 돈으로 LBS 개발에 쏟아붓는 식으로 2~3년간 사업을 한 끝에 LBS 플랫폼을 만들어 당시 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에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2006년 코스닥에 상장할 때쯤에는 창업 초기 7명이었던 직원이 120명으로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이후 포인트아이를 SK텔레콤 관련 사업을 주로 하는 모바일 솔루션 회사에 매각하면서 안 대표는 성공한 벤처 창업가의 반열에 올랐다. 정작 그는 인수합병(M&A) 이후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컬러링(통화 연결 시 다양한 음악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서비스) 사업을 해온 회사에 매각하면서 위치기반 사업의 시너지를 내고 모바일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았다”며 “위치기반의 다양한 사업을 더 빠르게 하고 싶어 회사를 나와 한 달도 안 돼 ‘식신(당시 ‘씨온’이었으나 이후 사명변경)’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2009년 국내에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이 점차 보급된 상황도 모바일 위치기반 사업을 본격화하는 데 유리했다.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씨온’은 그 결과물이었다. 한국판 ‘포스퀘어’로 이용자가 방문한 장소를 등록하고 해당 장소에 대한 의견을 채팅으로 공유하는 공간이다. 미국의 포스퀘어는 음식점이나 카페를 자주 방문한 이용자를 위한 전용석을 마련하고 특별 할인 쿠폰을 제공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았다.

안 대표는 “씨온을 운영하며 데이터를 분석하니 상당수 이용자들이 음식점·카페 등 맛집을 많이 방문해 위치를 등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맛집 정보 서비스를 내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데이터에 눈을 뜬 것은 사업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배달이 안 되는 맛집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식신히어로, 기업용 식권을 모바일로 발급·관리해주는 전자식권 등은 모두 관련 배달대행사, 기업용(B2B) 회사가 맛집 관련 데이터를 가진 식신에 먼저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한국통신정보기술에서부터 포인트아이·식신까지 견실한 기업으로 성공시킨 요인으로 안 대표는 자유로운 소통 문화를 꼽았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표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는 구조에서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식신히어로에 3시간 이상 줄 서서 먹는다는 인기 햄버거 브랜드 ‘쉑쉑버거’를 배달해주는 이벤트를 도입한 점 역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안 대표는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계속 지낸다고 한다”며 “사업 계획 100개를 세우면 이 중 99개가 예상치 못한 변수로 미뤄지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쉽지 않은 길이라 끝까지 계속 시도할 각오가 아니면 창업에 나서지 않는 게 맞다”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 he is

△1969년 천안 △1991년 대전대 전자계산학과 졸업 △1993년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석사 △1993년 KT 연구개발본부 전임연구원 △2000년 포인트아이 설립 △2002년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2003년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 △2007년 연세대 대학원 컴퓨터과학 박사 △2008년 한국벤처기업산업협회 이사 △2010년 식신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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