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를 앞둔 박 대통령은 ‘사법적 보호막’과 ‘법률적 조언자’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정 라인의 투 톱인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지난 21일과 22일 잇따라 사의를 표시하자 박 대통령은 적지 않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사직은 ‘정권이 내부로부터도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로 외부에 읽힐 수도 있어 청와대는 이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박 대통령은 두 사람의 사의를 철회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모두 사의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이날 최 수석만은 ‘사표 처리 보류’ 형태로라도 붙잡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정권 내부의 동요가 더욱 심해지고 박 대통령의 사법적 위기 또한 수위가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표 건뿐만 아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D데이가 정해지기도 전에 청와대의 기능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로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국정 복귀 의지를 나타내던 박 대통령은 돌연 공개 활동을 멈추고 ‘동면 모드’에 들어갔고 참모들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주에도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11일 국무회의를 마지막으로 주재하고 이후에는 불참했다.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역시 지난달 20일 이후 열리지 않고 있어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이 이미 멈췄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탄핵과 개헌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손을 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던진 개헌 카드의 후속 조치에 대해 “지금 추진되는 게 있겠는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이날도 박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발표 여부에 대해서도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메시지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3차 대국민담화 등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는데 때가 되면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국회가 탄핵 일정을 확정하면 박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만약 탄핵이 가결되면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단결해 혼란을 잘 수습해달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