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값 급락에도 일부 소형증권사 되레 평가익

3분기 총 8,255억 평가손실 속
유화 68억·한양 5억 차익 거둬

저금리 속에 대규모로 채권 포지션을 쌓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 3·4분기부터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면서 손실을 본 가운데 채권에서 되레 평가이익을 본 일부 소형 업체들의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유화증권(003460)은 지난 9월 말 현재 매도 가능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고채 및 지방채·회사채 총 약 2,867억원을 통해 68억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가능 금융자산이란 1년 이상 매매하지 않고 보유할 목적의 금융자산을 말한다. 한양증권(001750) 역시 단기매매 금융자산(1년 이내 트레이딩할 목적으로 보유한 금융자산)으로 보유한 총 6,158억원의 채권을 통해 약 5억6,000만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국고채·지방채에서 3억원, 회사채에서 약 2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두 증권사 모두 큰 이익을 봤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은 셈이다. 3·4분기 증권사들이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으로 채권 관련 이익이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채권 성적표는 더욱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4분기 중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8,255억원의 채권 평가손실을 입었다. 이와 관련해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7월 초 1.210%에서 9월 말 1.247%까지 3.7bp(1bp=0.01%포인트) 올랐다. 국채 수익률은 최근 연중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어 대형 증권사의 추가적 손실이 예상된다. 25일 국채 3년물 수익률은 1.811%로 하반기 들어 60bp 급등했다.

이 같은 선방은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차원에서 위험관리를 최우선시한 결과로 해석된다. 조원 단위로 채권을 운용하는 중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소형 업체들은 조금의 실수만 있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을 입는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위험회피(헤지) 처리되지 않은 이른바 ‘네이키드 포지션’을 일절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딜러들이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현물 채권시장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현선물 차익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유화증권 측은 “국고채와 지방채 등은 3·4분기 말 기준으로는 금리가 급등하기 전이라 선방했다”며 “회사채의 경우 만기가 1년 내외로 짧은 전자단기사채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 회사채의 평가손을 상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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