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침몰 적신호] 경쟁 치열한데 규제까지 늘어…상위 10개국 무역흑자 11%↓

■ 밖에서도 치이는 ㈜대한민국
中 약진에 주력품 경쟁력 뚝
美는 韓 규제 23건으로 늘려
수출기업 77% "내년도 암울"

2915A02 전년대비 주요 무역


우리나라 무역흑자 규모가 빠르게 줄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세계 교역이 감소하면서 수출 규모도 줄고 있지만 무역흑자 감소 폭이 훨씬 크다. 이는 중국과의 경쟁 격화 등으로 주력 수출품들이 주요 시장에서 제값에 팔리지 않으면서 빚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28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 수출 상위 10개국에서 벌어들인 무역흑자가 910억달러(10월 확정치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1,023억달러)보다 1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우리나라 무역흑자가 줄어드는 속도는 전체 수출(-8.0%) 감소 폭보다 가파르다.


지난해 기준 수출 상위 10개 국가에서 벌어들인 무역흑자는 1,243억달러로 전체 흑자액(902억달러)의 1.4배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 공산품을 팔아 흑자를 내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서 본 적자를 만회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100달러대던 유가가 50달러 이하로 급락하면서 산유국에서 보는 무역적자가 줄어 흑자 규모(902억달러)가 2014년(471억달러)보다 두 배(91%) 가까이 뛰기도 했다. 하지만 저유가에 따른 무역흑자 증가 효과는 한 해 만에 끝났다.

흑자액이 줄어든 것은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에서 우리 주력 수출품들의 경쟁 심화로 제품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올해 10월까지 대중 수출액은 1,007억달러로 전년 대비 12% 줄었는데 흑자액은 298억달러로 전년(393억달러)에 비해 24% 줄었다. 흑자액 감소 폭이 수출의 두 배에 달하는 셈이다. 수출 2위 시장인 미국 흑자액(197억달러·-7.5%)도 수출(-5.9%)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 특히 전체 수출에서 15% 이상 차지하는 아세안 시장도 심상치 않다. 아세안(10개국)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생산공장이 대거 몰린 베트남을 제외하면 수출액 감소 폭은 -13.6%, 무역흑자는 -15.1%까지 커졌다. 중국이 최근(2010~2014년) 아세안 시장에서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14.1%)과 통신기기(13.1%), 전자제품(4.76%) 등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경쟁이 치열해진 데 따른 것이다. 5위 시장인 일본으로 가는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액보다 흑자액이 더 크게 줄어드는 현상은 경쟁 심화 등으로 우리 제품이 해외에서 예전만큼의 부가가치를 못 만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주요 시장에서 우리 수출을 옥죄는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국가에서 183건의 수입규제(10월 말 기준)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수출 9위 시장인 인도가 33건, 2위 미국이 23건, 1위 중국이 13건을 규제했다. 올 들어 인도와 중국의 총 수입규제 건수는 각각 전년에 비해 한 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미국은 지난해 말 총 19건에서 올해 23건으로 늘어나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년에 강력한 보호무역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수입규제 강도가 훨씬 더 강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규제를 줄이려면 외교 관계가 좋아야 한다”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당선인 신분인 트럼프를 만난 것처럼 우리도 외교에 힘을 써야 한다”고 전했다.

악화하는 무역환경에 우리 수출기업들의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제조업체(250개) 가운데 77%가 내년 수출여건이 변화가 없거나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가 27일 내놓은 수출기업(1,125개) 조사에서도 기업의 63% 이상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외국 기업과 동등(45.6%)하거나 열위(17.7%)라고 답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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