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뉴욕의 작업실에서 노란색과 푸른색의 전면 점화들과 함께 선 김환기 화백 /사진제공=환기미술관
지난 27일(현지시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약 63억3,000만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김환기의 ‘12-V-70 #172’ /사진제공=서울옥션
“나는 그림을 팔지 않기로 했다. 팔리지가 않으니까 안 팔기로 했을지도 모르나 어쨌든 안 팔기로 작정했다. 두어 폭 팔아서 구라파 여행을 3년은 할 수 있다든지 한 폭 팔아서 그 흔해 빠진 고급차와 바꿀 수 있다든지 하면야 나도 먹고 사는 사람인지라 팔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 내 그림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인사가 있기를 바라겠는가.” (1995년 3월 김환기의 글 중에서)생전에는 그림이 안 팔린다며 한탄했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가 사후 40여 년 만에 제 빛을 발하고 있다. 그의 1970년 작 노란색 전면 점화(點畵)가 27일(현지시간)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 20회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약 63억3,000만원(4,150만 홍콩달러)에 낙찰돼 국내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또다시 세웠다. 벌써 4번째 자체 경신이다. 지금 김환기가 재조명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기 독주체제=이번 최고가 기록은 지난 6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1972년작 푸른색 전면점화가 54억원에 낙찰된 후 5개월 만에 9억원 이상을 끌어올린 결과다. 산술적으로는 매달 1억8,000만원씩 오른 셈이다. 8년간 한국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지켰던 박수근의 ‘빨래터’를 제치고 지난해 10월 47억 2,100만원으로 김환기가 처음 정상에 오른 후 48억 5,750만원, 54억원에 이어 63억원대까지 작품가(價)는 급등했다. 이로써 한국 근현대미술의 경매 최고가 톱5는 모조리 김환기가 휩쓸어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9월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2007년 2억원에 낙찰됐던 작품 ‘15-Ⅶ-70 #181’이 다시 나와 6억3,000만원에 재판매됐다. 그림값이 10년 만에 3배 이상 상승했음을 확인시켰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내년께 “100억원 기록 경신은 확신한다”는 게 경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지난 6월 54억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무제 27-VII-72 #228’. 당시 국내 경매사상 최고가 신기록을 썼고 현재는 2위다. /사진제공=케이옥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