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이의신청 홈피 살펴보니]의견개진 분량 적고 확인 안돼..."신상만 털릴라" 의구심만

실명인증 거친뒤 600자 요약
집필진 납득시키기 어려워



국정교과서 의견수렴 홈페이지 화면
“교과서 내용이 부실한 것 같아 의견을 개진해볼 생각인데 막상 접속해보니 괜히 실명인증만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공개한 후 국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웹사이트(historytextbook.moe.go.kr)를 별도로 개설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에서 직접 웹사이트 의견수렴에 참여해본 결과 의견개진은 내용오류·기타의견·오탈자·비문·이미지 등 5가지 형태로 600자 이내에서 가능했다. 단순한 사실 오류가 아닌 이상 특정 이슈나 역사적 사건에 내용 보완을 제안하려면 ‘기타의견’ 항목을 이용해야 하지만 주어진 분량이 너무 적고 사진 첨부가 불가능했다. 설사 의견을 압축해 올리더라도 다룬 사람의 의견 확인이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내 의견이 제대로 수렴이 되는지 외부에서 확인이 어려운 것도 문제였다. 오히려 실명인증을 거쳐야 하는 만큼 내용 반영은커녕 신상만 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도 안성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인 박모씨는 “근현대사 문학을 가르치며 당시 시대상을 많이 가르치는 편인데 새로 나온 교과서는 관련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600자로 요약된 의견서를 보고 집필진이 얼마나 고개를 끄덕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처럼 국정 역사 교과서를 만들면서 의견수렴 사이트를 별도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낙 사안이 예민한 만큼 1억1,000만여원의 예산을 책정해 개설했다. 다음달 23일까지 수렴된 의견은 여과 없이 국사편찬위원회로 모두 넘겨진 후 해당 파트의 집필진이 수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의 제기된 내용을 별도의 외부 전문가가 아닌 집필진이 다시 검토하기 때문에 얼마나 내용 수정이 이뤄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학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준식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집필진이 자기가 애써 만든 내용을 외부 의견으로 올라온 인터넷 글을 보고 갑자기 스스로 고칠 가능성은 없다”며 “이와 별도로 우리 단체는 기본적으로 국정 교과서 이의 제기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