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열리는 케이옥션 겨울경매에 출품되는 9~10세기 양식의 삼층석탑. 추정가 미정. /사진제공=케이옥션
신라말 삼층석탑이 미술품 경매에 나왔다.미술경매사 케이옥션(대표 이상규)은 오는 13일 개최하는 겨울경매에 삼층석탑을 비롯한 고미술부터 근현대미술까지 233점, 추정가 총액으로는 올해 최대 규모인 160억원 어치를 출품한다고 30일 밝혔다.
눈길 끄는 작품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시기에 해당하는 9~10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4.7m 높이의 삼층석탑이다. 상륜부의 옥개석 장식을 제외한 탑신부는 장식없이 기본 구조만 갖추고 있어 석가탑(불국사 3층석탑)같은 단아함과 고상함을 풍긴다. 중국에서 전래된 탑이 한국적으로 정착한 형태를 보여주며 양식을 통해 연대를 추정할 뿐 정확한 조성시기와 제작경위는 밝혀지지 않은 석탑이다. 국내 주요 미술경매에서 소형 석탑이 거래된 적은 있지만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대형 석탑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옥션 측은 “1990년대부터 종로구 원서동 한국불교미술관 앞마당에 세워져 있던 석탑이 다른 소장가의 손을 한번 거쳐 경매에 나온 것”이라며 “세월에 의한 손상과 보수 흔적이 있지만 억대의 추정가가 예상되며 세부적인 가격은 위탁자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경매에는 조선 천문학의 성과물이자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99호인 ‘혼천의’가 추정가 2~6억원에 출품됐다. 혼천의는 조선 왕궁을 그린 ‘동궐도’에서 창덕궁 중희당 앞마당에 그 상세한 형상이 그려질 정도로 중요고 현재 10점 정도만 전해진다. 이번 출품작에는 고종 8년인 1871년이라는 간지가 적혀 있고 실제 천체관측용이라기 보다는 교육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가 12억~20억원에 출품된 김환기의 ‘메아리(Echo)’ /사진제공=케이옥션
최근 국내 미술경매사상 최고가인 63억3,000만원의 신기록을 다시 쓴 김환기의 작품도 시기별로 총 9점이 경매에 오른다. 뉴욕에 정착한 김환기가 청각의 시각화를 시도하던 1965년의 작품 ‘메아리(Echo)’는 색면 추상의 영향과 함께 전면 점화로 옮겨가기 직전의 과도기 양상을 잘 보여준다. 추정가는 12억~20억원이다. 더불어 정상화·박서보·윤형근 등의 단색화와 박수근·천경자·장욱진 등 작고작가, 김창열·김종학 등 원로화가의 작품이 고루 선보인다.텔레비전 모니터를 신전 형태로 쌓아올린 백남준의 ‘유전자 신전’(추정가 2억6,000만~6억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모든 출품작은 오는 3일부터 경매 당일인 13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사전 관람할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