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의 4차산업혁명] 욕망이 고용을 창출한다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9> 일자리의 변화
초생산성·근무시간 축소로
놀이·자아실현 일자리 부각
AI+인간 융합지능 통해
개인맞춤형 일자리 늘 것

이민화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
세계경제포럼, 가트너그룹, 영국 옥스퍼드연구소 등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의 태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811년 기계파괴의 러다이트운동에서 1961년 타임지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소멸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일자리 위기론이 대두됐으나 인류 역사상 기술 혁신이 일자리 총량을 줄인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1차(대량공급), 2차(오프라인), 3차(온라인) 산업혁명에서 기술 혁신은 일자리의 형태만을 바꿔왔을 뿐이다. 기술혁신으로 항상 일자리는 사라져 왔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됐다. 질문의 핵심은 어떤 일자리가 사라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새로운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1·2차 혁명에서는 제조업이 농업의 일자리를 대체했고 3차 혁명에서는 서비스가 일자리를 만들었으나, 로봇과 인공지능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에서 만들어질 일자리는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위기감의 근원은 일자리에 대한 착각에서 기인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욕망이 확대되는 한 일자리는 줄지 않는다. 일자리의 원천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에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일자리 소멸을 우려하는 것은 공급 측면에서 일자리를 이해하려는 고정 관념 때문이다. 경제는 공급과 소비의 양 축으로 구성된다. 일자리 총량 불변의 법칙은 인간의 욕구가 유한하다는 가정에서만 유효하다. 인간의 미충족된 소비 욕구가 있으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유명한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에 입각해 1·2·3차 산업혁명을 재해석해보자. 1·2차 산업혁명은 생존과 편리함의 욕구를 충족하는 물질 혁명이었다. 3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연결 욕구를 충족하는 사회 혁명이었다. 각각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중 1·2·3차 단계의 욕망을 충족시킨 혁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이라는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인문 혁명이다. 즉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일자리는 주로 자기표현을 위한 개인화된 소비에서 창출될 것이다. 소비가 정체성을 결정하는 ‘경험경제’가 도래하고 있다.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가 일자리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대부분 여성들의 개인별 맞춤 코디 욕구는 고비용의 한계로 제한되고 있으나,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융합지능이 저비용으로 서비스하게 될 것이다. 개인별 맞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숱한 저가의 개인별 맞춤 서비스가 잠재된 인간의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시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는 어떤 형태로 구성될 것인가. 흔히들 유망하다고 예상하는 데이터 분석가,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미래 일자리의 10%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 한 명이 등장하면 기존 일자리 10개는 사라져야 한다. 즉 생산성 증가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자리는 이러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에서 우선 창출된다. 예를 들어 핏빗의 건강관리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운영자들이다. 로봇 및 인공지능과 협력한 융합지능으로 개개인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군이다.

긱이코노미(gig economy)라 불리는 초연결 프리랜서들이 오는 2020년 전체 직업의 43%가 될 것이라 포브스는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정부와 공공 일자리를 대체할 거버넌스 직업이 있다. 끝으로 4차 산업혁명의 초생산성이 제공하는 근무시간 축소의 영향으로 놀이와 자아실현의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상의 전제조건은 초생산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다. 4차 산업혁명의 초생산이 만든 물질과 서비스가 기본소득제와 같이 선순환 분배된다면 분명 현재보다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결국 4차산업혁명이 거버넌스 혁명이 돼야 하는 이유다.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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