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므누신을 재무장관에 임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므누신이 재무장관에 낙점돼 이르면 30일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지난 1985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므누신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정부채·지방채 트레이더 등을 거쳐 9년 만에 파트너로 승진한 뒤 골드만 최고정보관리자(CIO)를 지냈다. 그의 부친 역시 골드만삭스에 몸담았던 금융전문가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대표(CEO)는 “므누신은 매우 똑똑하며 야심가”라고 평했다.
2002년 골드만을 떠난 므누신은 조지 소로스가 세운 크레디트펀드에 잠시 몸 담았다가 2004년 골드만 출신 동료 2명과 듄캐피털을 설립해 영화 ‘엑스맨’과 ‘아바타’ 제작에 투자, 큰 수익을 남기며 할리우드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트럼프 당선인의 시카고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며 연을 맺은 므누신은 4월부터 선거캠프 재무책임자로 일하며 자금 모집과 배분을 주도했다.
NYT는 므누신이 월가와 할리우드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으며 성공을 거뒀지만 정부조직에서 일한 경험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WSJ 역시 미 재무부가 8만6,000여명의 직원에다 금융은 물론 재정·외환 정책과 테러 대응 등 안보문제도 다루는데 므누신은 거대 조직을 이끌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들은 리스크가 큰 투자로 4,600만달러의 재산을 모은 헤지펀드 대표가 재무장관을 맡으면 어떤 환율정책을 구사할지에 대해 상대국 정부 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2009년 므누신이 모기지 업체 인수 이후 회장을 맡은 ‘원웨스트뱅크’가 부적절한 대출과 소수인종에 대한 불법대출을 한 의혹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1조달러 인프라 투자의 재원 마련과 소득세·법인세 감면 등 감세정책을 므누신이 의회와 잘 조율해낼지도 의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주 월가에서 활약하며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월버 로스(78) 사모펀드 대표를 상무장관에 사실상 내정해 트럼프 정부의 양대 경제 수장 간 협업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차일드 회장을 지내 재산이 30억달러에 이르는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도 선거캠프에서 자금 모집, 보호무역과 감세 등 경제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월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승선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유례없는 ‘갑부 내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5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교육장관에 가족 재산이 51억달러에 이르는 벳시 디보스를 지명했으며 주택도시개발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의 재산은 2,600만달러가량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교통장관에 대만계 여성 정치인인 일레인 차오(63)를 내정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부인이자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차오의 입각이 확정되면 트럼프 정부의 세 번째 각료급 여성이 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