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숲에 깃든 도시 남자…“사람이 많은데 사니 외롭지 않던가요?”

‘사람과 사람들’ 숲에 깃든 도시 남자…“사람이 많은데 사니 외롭지 않던가요?”


30일 방송된 KBS1 ‘사람과 사람들’에서는 ‘숲에 깃들다’편으로 도시를 떠나 숲에 깃든 한 남자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충북 괴산의 깊은 산속에 홀로 살고 있는 한 남자, 도시에서 CEO로 ‘잘 나갔던’ 김용규(50)씨는 반듯하고 깐깐한 완벽주의자였다.

‘미시오’라고 적혀있으면 절대 당기지 못했던 사람, 성과를 위해 온종일 뛰어다니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매일 자본의 욕망에 부대끼느라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위로가 된 건 주말마다 오르던 산이었다. 그리고 10년 전 어느 날, 그는 도시에게 작별을 고했다.

“훗날 숲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 거야. 나를 믿어봐”

반대하던 아내를 3년간 설득한 끝에 아내와 딸은 청주시내에서, 김용규 씨는 숲에서 홀로 지내며 숲 생태전문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전국의 숲을 돌아다니며 “나를 받아주시겠습니까” 묻고 또 물었다.

그렇게 ‘도시생명체’인 남자는 고향인 괴산의 한 숲에 드디어 안착했고, 2년 동안 손수 흙집을 짓고는 조용히 숲에 깃들었다.

편안한 내 공간에서 맘껏 뒹굴고, 목욕 후 ‘홀딱 벗고’ 바람에 몸을 말리며 자유를 만끽한다. 몇 발자국 걸어 나가면 지천이 들꽃이고, 싱싱한 열매니 눈코입이 모두 즐겁다. ‘정말 살아있구나’를 느끼며 ‘진짜 삶’을 누린다.

홀로 숲으로 들어왔을 때, 그가 큰 신세를 졌다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 나무는 커다란 바위에 짓눌려 자라, 다른 나무들보다 키가 작다.

하지만 온 뿌리를 뻗고 뻗어 바위를 힘껏 끌어안고 산다.


월급도 없고 퇴직금도 없는 불안한 삶이 두렵기도 했던 그에게 ‘삶은 극복이다’라는 한마디를 온몸으로 말해주던 나무.

이렇게 몸으로 체득한 숲의 기적들로, 그는 삶에 지친 사람들과 함께 치유를 받고 싶었다. 지인들에게 자금을 끌어모아 숲학교를 만들었고, ‘여우숲’이라는 문패를 걸고 숲 알리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와 같이 숲공부를 하고, 숲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기도 한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숲의 이야기로 감동을 전하기 위해 전국의 숲을 종횡무진한다.

숲에 기대어 ‘나’를 만나고, 다른 이들을 위로할 수가 있으니 비로소 값진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용규씨는 숲을 좋아하는 제자들과 산방에 자주 모여 두런두런 인생공부를 나눈다.

자연을 배우고, 자신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가까운 삶을 추구하고자 ‘자연스러운 삶 연구소’라는 이름도 붙였다.

온전히 혼자가 되어 ‘고독한 숲’과 대면하는 것도 좋지만, ‘나’를 드러내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오가는 ‘사람의 숲’에서의 하루도 행복하다.

나를 포장하기 위해 쓰던 도시에서의 가면과 나를 지키기 위해 입어야했던 갑옷을 벗어던지고 나의 삶, 당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진짜’를 알아간다.

만추(晩秋)도 그렇게 깊어만 간다. 숲은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하며 부지런히 잎을 떨구고, 김용규씨도 부지런히 장작을 팬다.

전국을 돌던 숲 알리기는 잠시 접어두고, 온전히 자신의 숲으로 돌아와 ‘나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갈 채비를 한다.

사람들은 묻는다. ‘외롭지 않냐’고. 그는 되묻는다 ‘사람 많은데 사니 외롭지 않던가요?’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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