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대구소방본부 소방관들이 불을 끄기 위해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다. 잿더미로 변한 점포들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하야 연기들이 처참한 상황을 말해주는 듯 하다. /대구=연합뉴스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큰 불이나 839개 점포가 잿더미로 변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방화 구조물이 없는 상황에서 의류나 침구 등 가연성 제품이 많아 불길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피해가 컸다. 30일 대구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8분께 대구 중구 서문시장 1지구와 4지구 사이에서 불이 발생하면서 4지구 전체 점포를 태웠다. 불이 나자 소방차 97대와 인력 750명은 물론 헬기까지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불이 난 시간이 상인 대부분이 퇴근하고 없는 새벽이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장모(47) 소방위와 최모(36) 소방사가 다쳤다.
서문시장 4지구는 연면적 1만5,386㎡에 지하 1층(주차장), 지상 4층(점포) 규모로 이뤄져 있다. 4지구 전체 점포수는 839개로, 70% 이상이 의류를, 나머지는 이불 등 침구, 액세서리를 각각 취급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섬유류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1층 부근에서 난 불이 전체 상가로 급속하게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문시장 4지구 번영회는 최대 76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방화벽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물이 없다 보니 불길이 거침없이 번졌고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바람에 소방대원이 진입해 확산하는 것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며 “건물 사이 통로도 좁아 소방차 진입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으로 현장감식에 나서는 한편 최초 신고자와 주변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피해 상인들 사이에서는 “인근 노점에 있던 LP가스가 터져 4지구 안쪽으로 번진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 ‘펑’하는 폭발음이 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는 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이날 서문시장을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를 포함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도 현장에 수습지원본부를 설치하고 정확한 피해 금액 파악 및 재난관리기금 지원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지난 2005년 12월 29일에도 2지구 상가에서 큰 불이 나 상인 1,000여명이 터전을 잃고 600여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