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약세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 위기감이 당국자들 사이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문이 최근 중국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중국 정책당국의 속내를 비교적 쉽게 감지할 수 있는 홍콩 금융시장뿐 아니라 미국 월가나 한국·일본 등 주변국 금융시장에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일부 외신을 통해 투자 목적의 달러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망 등 관영매체에 중국 국유기업의 해외 투자를 강하게 감독하겠다는 국무원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의 통제권한이 강한 국유기업을 통해 자본 유출의 물꼬를 막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해외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중국 기업들은 당장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표정이다. 해외 인수합병(M&A)의 선두주자로 부상한 안방보험이나 중국 국영 알루미늄 생산업체 찰코 등은 채권발행 등 당국의 통제를 피할 수 있는 인수자금 조달방법을 찾아 나섰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 9월까지 중국 기업이 100억달러 이상의 대형 인수를 하거나 핵심사업과 무관한 외국 기업 또는 해외 부동산에 10억달러 이상 투자하는 것을 당국이 통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10% 이하의 외국 상장사 지분 매수와 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자국 기업의 상장폐지도 심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 당국의 외환관리 강화 움직임을 보도하면서 500만달러 이상의 해외결제는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사업 목적 외에 대규모로 위안화를 해외에서 바꿀 수 없도록 환전 규제의 문턱도 높였다고 전했다.
달러화 뭉칫돈뿐 아니라 위안화 유출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이 강력한 통제에 나선 것은 최근 들어 달러 유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환차손 등을 감내하면서까지 위안화를 통해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위안화로 결제된 대금 규모가 277억달러로 평소의 5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 내 자산가치 약화를 우려한 편법 자본유출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같은 위안화 자금유출까지 포함하면 올 들어 10월까지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5조1,000억위안(약 865조원)으로 중국으로 유입된 자금 3조1,000억위안(약 527조원)을 감안해도 2조위안(약 339조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금융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 흐름과 맞물려 중국이 보유한 외환 규모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월 3조2,308억달러(약 3,783조원)였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0월 3조1,206억달러로 1,000억달러 이상 줄어 5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글로벌 M&A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의 외환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장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에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1,739억달러로 지난해의 1,068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미국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 매수에 이어 올 초 스트래티직호텔&리조트를 55억달러에 인수했던 중국 안방보험은 최근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중국 국영 알루미늄사 찰코가 아프리카 기니의 광산 지분을 추가 인수하기 위해 관련사를 통한 채권발행에 나섰다며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외환유출 규제 움직임에 대응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새로운 방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