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고 돌아 대통령 탄핵 선택한 野3당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일 발의한 뒤 8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9일 표결 처리하는 일정에 합의했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던 야당이 공조를 통해 탄핵으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은 것이다. 야당이 마련한 탄핵 로드맵은 절충안의 성격이 강하다. 9일 탄핵안을 처리하려면 8일 본회의 개회 전까지 발의하면 되지만 2일로 서둘러 앞당긴 점이 그렇다.

야권 내부의 이견에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동요 움직임까지 감지되면서 탄핵 공조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비박계도 7일 오후6시까지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9일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해 탄핵 표결은 이제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4월, 6월 등 확실한 퇴진 시기를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연유야 어떻든 탄핵은 지금 정치상황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대통령 퇴진은 법적 절차인 탄핵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그동안의 우리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현재로서는 탄핵안의 가부결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일부 비박계에서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청와대와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탄핵 저지에 나서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야 모두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가결이든 부결이든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점이다. 가결시에도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까지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하다. 조기 대선 국면 전환으로 인한 과열 양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부결시 닥칠 혼란상은 더 걱정이다. 지금보다 정국이 더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탄핵 찬성 진영 내 분란과 함께 극심한 국론분열 양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 표결 이후의 대처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도 국정 공백 또는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숙한 노력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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