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 400.5조 확정] 최순실 예산 깎아 민원성 쪽지예산 늘린 국회

이정현·최경환·박지원 등
여야 실세 지역 챙기기 여전
SOC 예산도 4,000억 증액

내년도 나라 살림이 400조5,000억원 규모로 확정된 가운데 국회가 최순실 국정농단 예산을 깎아 지역구 민원 예산, 이른바 ‘쪽지 예산’을 대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 당 비대위원장 등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늘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4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새벽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에 민원성 쪽지 예산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순실 예산으로 불리는 문화융성 등 관련 예산이 적게는 1,748억원(예결특위 추산)에서 많게는 4,000억원가량 삭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순실 예산을 줄여 쪽지 예산을 만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이정현 대표의 지역구인 순천에 있는 국가정원 관리와 보수공사는 각각 정부 편성 예산보다 5억원, 4억원 증액됐다. 이밖에 순천 유·청소년 다목적 수영장 건립(15억원), 순천대 체육관 리모델링(6억 2,600만원) 사업은 원안에 없던 항목이 신규로 편성됐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 경북 경산을 지나는 대구선 복선전철 사업은 당초 590억원에서 110억원이 증액돼 총 700억원이 배정됐다. 자기유도·공진형 무선전력 전송산업 기반구축사업 예산도 당초 20억원에서 10억원 추가로 편성됐다. 정진석(공주·부여·청양) 원내대표의 지역구를 통과하는 보령~부여 국도 40호선 사업비는 정부원안인 125억2,900만원보다 40억원 늘었다. 공주 지역도 공주박물관 수장고 건립을 위해 7억6,000만원이 신규 편성됐다.


야권도 지도부의 지역구를 중심으로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 예산이 대폭 증가했다. 호남고속철도 광주~목포 구간 공사 예산은 정부 원안인 75억원의 8배가 넘는 655억원 늘어났다. 보성~목포 임성리 철도 건설 예산도 1,561억원이었던 원안에 650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이밖에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목포지원청사신축 비용으로 10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지난 9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4,000억원가량 증액된 22조1,000억원이 된 것도 쪽지예산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년 대비 SOC 예산의 감소 폭도 올해 -8.2%에서 -6.6%로 크게 줄었다.

한편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 기준 정부 총지출은 400조5,000억원으로 당초 정부안 400조7,000억원 대비 2,000억원가량 줄었다. 이는 전년인 올해 예산안 기준 총지출 386조4,000억원보다 3.7% 증가한 것이다.

총지출 증가율은 2013년 5.1%, 2014년 4%, 2015년 5.5%에 비해서는 낮지만 올해 2.9%에 비해서는 0.8%포인트 높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포함한 총지출 395조3,000억원에 비해서는 1.3% 늘어난 수준이다.

내년 국가채무는 정부안 682조7,000억원 대비 3,000억원 감소한 682조4,000억원으로 국가채무비율은 40.4%로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0.1%에서 내년 40.4%로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김정곤·권경원기자 mckid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