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13개 증권사의 내년 코스피 지수 범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저점은 삼성증권 등이 제시한 1,860이며, 최상단은 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증권 등이 제시한 2,350선이다. 유진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증권·하나금융투자 등은 지수 상단이 2,300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지수 상승의 근거는 상장사 실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개 유가증권 상장사의 2017년 순이익 추정치는 119조원으로 올해 예상치인 106조원에 비해 약 12%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역시 올해 예상치 143조원보다 11%가량 증가한 16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실적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관련 업종이 끌어올린다. 삼성전자(005930)는 D램 가격 개선으로 올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SK하이닉스(000660)는 50% 이상의 영업이익 상승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지표인 D램 재고 수준이 낮아서 반도체 업황 호전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 증가가 둔화한 상황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확대로 수요가 늘어나 삼성전자·삼성전기(009150)·SK하이닉스 등 관련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당수 부실기업이 구조조정으로 퇴출되면서 적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기업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진했던 삼성중공업(010140)·두산엔진(082740) 등 항공운수 및 조선업체 성장에 힘입어 총 10개 기업의 순이익이 올해에 비해 흑자로 전환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순이익이 100조원을 넘는다는 데는 국내 증권업계에서 이견이 없고 내년에는 119조원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처럼 삼성전자만 독주하는 게 아니라 지난해 부진했던 조선·철강·화학 등 소재·산업재가 골고루 견조한 실적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배당성향이 자연스레 증가해 외국인 수급도 중립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업의 펀더멘털이 강해졌지만 복병은 적지 않다. 1·4분기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인한 경제정책 불확실성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독일총선 결과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 흐름을 ‘상저하고(상반기에는 저점·하반기에는 고점)’로 예상하고 글로벌 변수에 따른 투자 전략을 권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정치, 물가 등 변동성 확대 변수가 집중돼 있어 지수가 저점일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장기 박스권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은행·IT·소재 관련 업종을 투자 유망으로 꼽았다. 오 팀장은 “하반기에 박스권 돌파가 예상되므로 상반기 변동성이 확대될 때 주식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기회복 가능성이 높아 경기민감, 수출주 비중을 확대하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