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통령선거에서 극우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를 꺾은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무소속 후보가 수도 빈의 한 강당에서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선언하며 밝게 웃고 있다. /빈=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대통령선거에서 중도좌파인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무소속 후보가 극우 노르베르트 호퍼 자유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첫 극우 대통령의 탄생이 저지되면서 내년 주요 선거를 앞두고 극우의 부상으로 고심했던 유럽 정치권은 한시름을 놓은 분위기다.AP통신은 부재자투표를 제외한 최종 개표 결과 판데어벨렌 후보가 51.68%를 득표해 48.32%를 얻은 호퍼 후보를 이겼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아직 집계되지 않은 부재자투표에서도 판데어벨렌 후보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측해 당선은 사실상 확정됐다. 판데어벨렌 후보는 “EU 각국의 수도에 친유럽 정서를 가진 사람이 이겼다는 소식을 보내게 됐다”며 “이번 선거는 자유와 평등·연대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앞선 여론조사에서는 호퍼 후보의 신승이 예상됐다. 9월15일 이후 총 9번의 여론조사에서 호퍼 후보는 2번의 동률을 제외하고 판데어벨렌 후보에게 전부 2~4%포인트 차로 앞섰다.
호퍼 후보의 인기는 오스트리아에 퍼지고 있는 반EU·반난민 정서를 대변한다. 호퍼 후보는 유세에서 지난해 망명 신청자 수가 9만명임을 지적하며 “지금 이 난민들을 받으면 또 다른 9만명을 더 받아야 해 걷잡을 수 없어진다”며 난민 수용을 강력히 반대했다. 오스트리아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양대 주류정당인 사회민주당과 국민당이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호퍼 후보가 꿰찬 것도 EU에 유화적인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판데어벨렌 후보는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유럽의 오바마’로 불린다.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국민당의 지지까지 폭넓게 받아 극우와 맞서 싸운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는 선거기간에 “나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호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등 유럽 정치 지도자들은 일제히 ‘우익 포퓰리즘에 대항하는 양심의 승리’라고 축하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서는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마린 르펜 국민전선 당수가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이 확실시되며 독일에서도 9월 총선을 앞두고 난민을 강력히 반대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의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