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창조경제 예산 삭감폭이 일부에 그치긴 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불똥이 튀며 창조경제 동력이 한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엘시티(부산 해운대 최고급 주거·상업단지) 정관계 로비 의혹의 당사자인 이영복 회장의 아들 이창환씨(44)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창조경제 관련 추진 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이 최순실 씨와 ‘황제 친목계’를 함께 해 최 씨의 영향력을 토대로 정관계 로비를 펼쳤을 것으로 추정된 상황에서 새 의혹이 나온 것이다.
5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3일 새벽 통과된 새해 예산안에서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국비 예산 436억5,000만원을 확보, 올해 예산(318억6,000만원)보다는 늘었지만 당초 정부가 제출했던 안보다 36억원 감소한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앞서 최씨의 태블릿PC를 통해 최씨가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 시안을 미리 받아봤고 측근인 차은택씨가 그 광고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나고,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의 동생이 근무했던 아이카이스트가 사기논란에 휩싸이면서 여러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경기도·전라남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창조경제센터 예산배정을 줄이기로 하는 등 후폭풍이 닥치고 각 센터를 맡고 있는 기업들도 한 발 빼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여기에 내년 창조경제기반구축 예산이 정부안에 비해 9억7,900만원이 감액됐고 무한상상실 운영비도 18억원이 감소하는 등 창조경제 관련예산도 줄었다. 지역특화사업 활성화 지원 예산은 정부안보다 72억8,000만원이 줄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이 만나기 어려운 글로벌 사업자들을 만나 사업 기회를 논의할 수 있었는데 최순실 국정농단파문으로 글로벌 사업 기회도 무산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로 현재 뇌물수수·알선수재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영복 회장의 아들이 창조경제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추가적으로 불똥이 튈지 관심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가상현실(VR) 기기 업체인 에프엑스기어의 전 대표였던 이창환씨는 2013년 11월 미래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창조경제문화운동’ 추진위원으로 위촉됐다. 이씨는 서울대 이공계 박사 출신으로 2004년 에프엑스기어를 창업해 대표를 맡다가 지난 10월 퇴사해 부친 회사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의재단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의 인사를 추진위원으로 미래부와 협의해서 진행했다”고 했고, 미래부 측은 “창업에 성공했고 창조경제에 기여할 사람을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 추천을 통해 무작위로 뽑았고 객관적으로 자격이 충분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창의재단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 5급 행정관으로 근무한 최순실씨 조카의 처남 김모씨가 채용되기도 했으며, 정유라씨 특혜의혹 이대 교수 3인 중 한 명인 김경숙 교수의 남편이 공석인 이사장에 응모했다가 문제가 되자 철회하기도 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