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사임 계획 없어...내년 전시 준비 힘쓸 것"

개방형 공모 첫 外人 기관장 불구
'차은택 연루' 김종덕 장관이 선임
미술계 실망 커 사퇴 요구 잇달아
"내년 예산 225억 늘어난 724억
해외거장전·마리프로젝트 가동"

바르토메우 마리-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서울경제DB
“다음 주면 제가 국립현대미술관(이하 MMCA) 관장으로 취임한 지 정확히 1년이 됩니다.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쏟아부어 준비할 내년도 전시에 대한 자신감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사임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계획에 사임 문제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5일 MMCA 서울관에서 열린 언론간담회. 국립현대미술관의 사상 첫 외국인 관장으로 부임한 바르토메우 마리-리바스(50) 관장의 1주년 포부에 어울리지 않게 ‘사임’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스페인 출신의 마리 관장은 그간 국내 미술계의 병폐로 지적된 학맥과 파벌에 휘둘리는 관행을 깨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미술의 입지를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취임했다. 그러나 지난 1년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에 짧았고 ‘사임’은 그에 대해 제기된 미술현장의 목소리였다.


◇기대 큰 만큼 미술계 ‘실망’=국내 미술잡지 중 최대 유료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월간미술’은 최근호에서 “허울 좋은 최초 외국인 관장 선임과정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다”며 당시 관장 임명권자였던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이른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의 대학원 은사임을 거론하며 마리 관장의 ‘사임’을 제언했다. 이에 대해 마리 관장은 “사임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미술관 법인화와 인사권에 관한 날 선 질문들이 오갔다. 선진국의 대형미술관은 대부분 독립법인으로 운영되는데 반해 경직된 운영시스템과 조직운영이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MMCA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독립법인화 논의는 쉽게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마리 관장은 “미술관은 역동성과 유동성이 중요한 만큼 법인화는 긍정적인 부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사권 문제는 지난해 7월 ‘국립현대미술관 위임전결 규정’ 개정 이후 불거진 것으로 관장 권한은 3급이하 공무원, 4급 이하 공무원과 계약직에 대한 임용권으로 축소됐다. 이에 대해 ‘인사권도 소장품 수집 권한도 없는 식물 관장’이라는 미술계의 비판을 받아온 것에 대해 마리 관장은 “관장으로서 가져야할 인사권은 확보하고 있다”고 반박했으며 미술계 현장과의 소통문제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마리 프로젝트’ 가동=마리 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2017년 전시 라인업과 중점사업을 발표했다. 대형 미술관의 전시 라인업은 보통 2~3년 전부터 꾸려지는 만큼 MMCA에서 진행된 올해 전시는 대부분 마리 관장 취임 이전부터 추진되던 것들이었다. 마리 관장이 제 색깔을 낼 수 있는 전시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마리 관장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세계화를 위한 담론을 연구하기 위해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함께 아시아 미술을 연구하고, 국공립미술관 컬렉션에 대한 큐레이터 워크숍을 진행할 ‘MMCA 공공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한국미술의 국제적 홍보를 위한 출판 시스템의 체계화도 추진한다. 일명 ‘마리프로젝트’다. 공공이 두루 즐길 수 있도록 과천관과 덕수궁관에서는 ‘야외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주요 전시 라인업에서는 명성있는 해외거장전이 눈에 띈다. 사회적 소수의 목소리를 공적 공간에 드러내 온 폴란드 태생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영국의 팝아트 작가 리처드 해밀턴 등의 전시가 눈길을 끈다.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 ‘앤디워홀:그림자들’ 등의 참신한 전시는 그러나 미술관 자체 기획이 아닌 외부 기획전시로 서울을 거쳐 또다른 도시로 이어지는 순회전이다. MMCA 내년 전체 예산은 올해 대비 225억 늘어난 724억이 책정됐다. 이중 154억원은 2018년 개관할 예정인 청주관 사업비이며, ‘마리프로젝트’를 위한 전시 예산은 15억이 늘었고 소장품 구입예산은 8억이 증가해 61억원이 잡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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