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파리 쾰른에서 갤러리 운영하며 한국에도 분관 낸 최선희 대표./권욱기자
“서울에도 갤러리를 내고 싶었지만 자본부터 인력까지 혼자 부담하기는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뜻이 맞는 4개의 화랑주들이 공간 한 곳을 두고 돌아가며 전시를 기획하는 공유경제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짜리 기획전을 연 3회씩 열면 1년이 후딱 갑니다. 대신 각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죠.”올해로 3년째인 ‘아트 부산’ 아트페어에 참가한 초이앤라거갤러리의 최선희 대표는 함께 참여한 맞은 편 부스의 프랑스 갤러리 보두앙르봉의 대표와 대화하던 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1979년 파리에서 개관한 보두앙르봉은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을 비롯한 한국 미술가를 20년 이상 소개해온 갤러리로 한국 진출에 대한 꿈은 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LA에 위치한 백아트갤러리도 마찬가지였다. 백아트의 수잔 백 대표는 국제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국내외 순회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통’ 김수현 갤러리수 대표가 합세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베이징을 중심으로 활동한 김 대표는 현재 중국의 미디어 황제라 불리는 양광세븐스타그룹의 브루노 우 회장이 새로 설립하는 미술사업 부문 계열의 자회사를 맡는 등 아트 매니지먼트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다.
감성을 자극하고 사람이 움직여 성사시키는 그림 거래지만 작품을 보여줘야 하니 공간 또한 없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들이 의기투합했다.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4개국 연합 갤러리’ 체제의 스페이스칸은 철저하게 공유경제의 운영방식을 지향한다. 올해 5월 공동 기획전으로 개관전을 연 다음 매달 돌아가며 각 갤러리의 기획전을 열고 있다.
최 대표는 “미술 시장의 양극화로 블루칩 작가를 거래하는 대형 화랑은 활황이고 몸집 줄인 작은 갤러리는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우리 같은 중간급 규모의 갤러리는 작품 가격대가 1,000만~3,000만원대로 애매하다”면서 “이런 규모의 작품을 선호하는 컬렉터는 그야말로 작품이 좋아서 사명감으로 나서고 작가와의 동반 성장을 꿈꾸는 독특한 취향의 도전적 컬렉터가 많은 만큼 고유한 개성을 가진 갤러리들이 끝없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면 경쟁력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