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조7,813억원으로 코스피 신용융자 잔액(2조9,841억원)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 잔액은 증권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 투자자금을 빌려주는 것으로 정해진 이율을 부과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자금들이 많다. 신용잔액이 높다는 것은 잠재적 매도 매물이 많다는 것으로 주가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
코스닥 신용잔액은 7월 4조2,011억원으로 4조원 벽을 돌파한 뒤 10월 말까지 4개월 동안 4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코스닥 지수는 706.24포인트에서 624.68포인트까지 11.55%(81.56포인트) 급락했다. 이후 일부 악성 신용융자 매물들의 투매가 나타나며 신용융자 잔액은 줄었지만 지수는 600선 밑으로 추락했다.
문제는 신용융자 잔액이 줄면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봐야 하지만 현재 상황은 아직도 지수가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이 여전히 코스피보다 많은데다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액 비중도 여전히 높다. 교보증권 분석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코스닥이 바닥을 다진 후 반등하던 시기에 코스닥의 시총 대비 신용융자 잔액 비중은 1.6%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코스닥이 바닥을 다지고 상승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좀 더 신용융자 잔액이 줄어야 한다고 교보증권은 지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 지수는 이미 일정 수준 가격 조정이 진행됐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저평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 환경이 악화돼 매도가 집중되며 박스권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신용융자감소=주가반등 환경 공식이 신용융자감소→악성매물출회→주가 추가 하락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이 가격조정에도 저평가 매력을 상실한 이유는 실적 부진 탓이다. 지난 여름 이후 코스닥 지수는 가파르게 하락하며 600선이 무너진 상황이지만 코스닥 시장 전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12개월 선행 PER이란 1년 후 코스닥 상장사의 1주당 가격이 1주당 예상 순이익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보통 PER가 낮으면 시장이 저평가돼 투자가치가 올라가고 PER가 높으면 반대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7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8조2,000억원에 비해 13.41%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팀장은 “8월부터 코스닥 지수가 하락했지만 신규 입성한 기업들의 실적도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주당 순이익도 하락했다”며 “주가 하락에도 코스닥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지 못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