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서부 아체주 시글리 마을 인근 해안에서 7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6.5의 강진으로 피디에자야 지역 건물들이 형체도 없이 붕괴돼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진으로 최소 92명이 숨졌으며 진원의 깊이가 8.2㎞로 얕은 편이어서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서부 아체주 해안에서 7일 오전 5시께(현지시간)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92명이 숨지고 약 300명이 부상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이날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주민들이 매몰된 데다 부상자 중 일부가 위중한 상황이어어서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진앙은 아체주의 주도 반다아체에서 동쪽으로 88㎞ 떨어진 시글리 마을 인근 해안으로 파악됐다. USGS는 이번 지진의 규모를 애초 6.4로 관측했다가 이후 6.5로 수정했다. 진원의 깊이는 8.2㎞로 얕은 편이어서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첫 지진 이후 3시간 동안 규모 3.2∼4.8의 여진이 10차례 이어졌다고 밝혔다. 정확한 피해 상황은 즉각 파악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진앙에서 남서쪽으로 18㎞ 떨어진 시글리 등 아체주 피디에 일대에 피해가 집중됐다고 전했다.
dpa통신은 현지 장성급 군 소식통을 인용해 사망자 수가 92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dp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들 희생자 외에 중상자 73명을 포함해 300명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하고 최소한 125채의 가옥과 이슬람 사원 14곳이 전파됐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국가방재청은 피디에 자야에서 이슬람 사원과 상가, 주택 등 건물 40여 채가 무너지면서 이 지역에서만 최소 5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들 희생자 중 상당수는 어린이로 파악됐다. 방재청은 중상자와 경상자 수가 각각 73명과 200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지역 재난당국 관계자는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에 아직도 수십 명이 갇혀 있다”면서 “생존자 구조작업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지만, 건물 잔해를 치울 중장비가 부족해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근 비레우엔 지역에서도 이슬람 학교 교사 한 명이 건물 잔해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등 2명이 사망했다. 아체주 곳곳에서는 이 밖에도 기숙학교가 무너져 학생들이 내부에 갇히고 다리가 무너지는 등 등 피해가 잇따랐다. 방재당국은 주민이 잠든 새벽 시간대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과 열악한 통신 인프라 사정으로 피해 집계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지진으로 아체주 거의 전역이 흔들렸으며, 말라카 해협 건너편 태국 푸켓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는 내려지지 않았지만, 아체주 해안 곳곳에서는 겁에 질린 주민들이 집에서 나와 고지대로 대피했다. 지진이 나자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고지대로 몸을 피했다는 현지 주민 피트리 아비딘은 “우리 집은 바닷가여서 언제든 쓰나미가 덮칠 수 있다”면서 “숨을 쉬거나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체주는 2004년 규모 9.1의 강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로 인도양 일대에서 23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이 발생한 지역이다. 당시 아체주에서만 12만 명이 사망했고, 이중 상당수는 쓰나미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