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에 다가가지 못한 청문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전날 K스포츠·미르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총수 9명에 이어 7일 2차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를 지켜본 여론의 첫 반응은 이 정도로 허술하게 국정이 운영됐나 하는 ‘개탄’이었다. 그러나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의혹 해소는커녕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심정으로 변했다.


이날 청문회의 답답한 진행과 결말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출석 대상 27명 가운데 14명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반쪽 청문회인데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최순실·안종범·정호성·우병우 등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위가 결정한 동행명령조차 이날 재차 거부했다. 결국 이날 청문회는 태생적으로 사건의 핵심인 이른바 주범들은 제외하고 종범(從犯)만 가지고 하는 수사와 마찬가지인 셈이 되고 말았다.

국회 국정조사는 국민을 대신해 비리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절차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날 그나마 참석한 증인들의 태도도 문제다.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았다는 사건에 대해 “모른다”고 일관하는 자세는 어떤 행태로든 국민 여론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청문회를 진행하는 국회의원들의 질문 내용이나 태도 역시 비판에서 제외될 수 없을 정도다. 애초부터 사실 규명보다 조롱·힐난, 심지어 인격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지 않는 모습에 얼굴을 찌푸려야 하는 국민도 많았으리라 여겨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은 민간인이 정상 절차가 아닌 방법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으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은 근거를 잃게 된다. 국회는 정치공세보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국정조사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진실규명은 특검에 맡기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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