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오른쪽)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과 수잔 힐 WHO 국장이 7일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사 회의실에서 ‘ 백신 분야 업무협력 및 보안약정’을 체결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식약처
1조원에 이르는 유엔 백신 조달 시장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진입이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백신 분야 ‘업무 협력·보안 약정’을 체결했다. 국산 백신을 유엔에 납품할 때 세계보건기구(WHO)의 현장 실사를 면제 받는 내용이다.
백신 시장은 유엔이 전세계 국가들에 조달을 책임지는 공공시장이 매우 크다. 2011년 기준 14억3,000만달러(약 1조6,600억원)에 이를 정도다. 유엔에 납품하려면 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야야 하는데 ‘백신이 제대로 된 시설에서 적절한 공정으로 만들어졌는지’ 보는 GMP(의약품 제조 ·품질관리기준) 실사가 중요한 절차다.
이번 협약으로 WHO는 국내 백신 업체에 대해 이 GMP 현장 실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국내 식약처의 GMP 조사 결과로 갈음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PQ 인증에 1년~1년 6개월 걸리던 것이 6개월~1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결국 국내 백신 업체들의 수출이 한층 쉬워지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LG생명과학은 6가지 질환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6가 혼합 백신’을 개발해 유엔 조달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인도와 중국 백신 업체들과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WHO 협약으로 시장 진입 기간이 단축되면서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협약은 한국의 의약품 인허가 시스템이 우수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정 받았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WHO가 현장 실사를 면제하겠다는 것은 식약처 GMP 조사 내용을 믿고 자신들이 별도로 재조사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 달에도 세계에서 6번째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가입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ICH는 국제 의약품 규제 방향과 수준을 결정하는 곳이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앞으로도 국내 의료제품이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아갈 수 있도록 국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