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될 경우 정국은 미증유의 혼돈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이 대통령의 자진사퇴 표명에도 탄핵만 보고 달려오면서 부결 시 모색할 수 있는 퇴로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 의원 전원이 8일 탄핵 부결 시 의원직 사퇴를 예고한 것도 탄핵 부결 시 정치권은 막다른 길에 놓이게 된다는 절박함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촛불민심 역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탄핵을 부결시킨 국회 해산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로 이어지면서 폭력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탄핵이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을 때 야3당 의원이 약속대로 사퇴를 한다면 법률상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국회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하고 그 수는 200인 이상’이라고 명시한 헌법 41조를 근거로 야당 총사퇴 시 국회가 해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헌법에는 국회 해산 조항이 없어 보궐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헌환 아주대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적으로는 보궐선거를 거쳐야 한다”며 “다만 야당 의원 전 지역의 보궐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해산 조항은 없지만 야당 의원 전원이 사퇴할 경우 여야 합의로 국회 해산을 의결한다면 보궐선거가 아닌 총선을 다시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국회 정문 앞에 한 시민사회단체가 내건 ‘탄핵 박근혜 퇴진’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연합뉴스
사직서를 받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 부결 시 이를 수용하지 않아 야당 의원이 임기를 유지하더라도 여야는 극심한 대치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은 탄핵 부결 시 새누리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대대적으로 거리투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잠룡을 주축으로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하는 한편 주말에 대대적으로 열리던 촛불집회가 새누리당과 국회의 해산을 요구하는 평일 집회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만약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탄핵 부결의 근거로 앞서 제안한 바 있는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방안마저 거둬들일 경우 정치적 활로가 완전히 제거돼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했던 비박계가 탄핵 부결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탈당을 강행하는 등 여권 내 분열도 극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