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도전과 응전'의 시기가 온다

[FORTUEN'S EXPERT]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6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우리에게 큰 숙제를 떠안겼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따라 우리 외교·안보·경제 분야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이 흔들리면 세계 질서에 이상이 생기고, 미국의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세계 정치·경제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침착하고 균형있게 미리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대상 중 하나다. 트럼프 당선 이후 여러 가지 우려 섞인 전망이 동시다발적으로 제시되면서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당분간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 가져올 문제점과 불확실성을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외교·안보와 관련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트럼프가 이끌 미국 정부는 모든 문제를 사업적 시각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을 보는 시각도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적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물론 트럼프는 이를 부정하고 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은 상황에서 안심을 할 수가 없다. 북한과 관련하여 확실한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를 보좌하여 미국을 이끌어갈 주요 인사들이 주로 공화당에 뿌리를 둔 인물들일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입장은 과거보다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해외 자본이 동요하는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둘째,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클린턴 후보와의 TV 토론에서 미국 사회간접자본에 대해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출한 적이 있다. 미국의 공항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이 낡아서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건설인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려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용이다. 재정적자가 심한 상황에서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재정지출 요인을 줄여야만 원하는 건설투자가 가능해진다. 재정지출 축소는 오바마케어 등 의료 부문과 방위비 부문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방위를 책임지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 방위비 분담의 증액을 요구하여 이를 관철시킬 경우 미국은 재정지출에 여유가 생기면서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방위비 분담 감축이 가져올 파장이 상당 부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셋째, 중국에 대한 압박과 무역마찰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여러 차례 중국을 공격하고 비판한 바 있다. 주로 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가 타깃이다.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면서 의도적으로 자국 제품을 미국에 싸게 팔고 있다면서 중국에 대해 관세를 45% 추가하겠다는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발언도 한 바 있다. 만일 양국간 통상마찰이 가시화될 경우 우리는 상당한 피해자가 된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 안에는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와 부품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만일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경우 우리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우리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넷째, 트럼프의 보호무역 성향과 고립주의를 감안하면 한·미 FTA 수정 가능성도 우리에게 악재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망할 것처럼 떠들어댄 많은 국내 정치인과 학자들도 있지만 한·미 FTA는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정도로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은 이에 대한 재협상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치명적 악재이다. 국제 교역이 전반적으로 정체되면서 우리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미 FTA의 수정 요구로 인해 수출이 감소한다면 우리 경제에는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다섯째, 미국이 그동안 추구해온 민주주의와 자유무역, 세계평화 등 중요한 가치에 대해 일일이 득실을 계산하고 불리한 경우 발을 빼는 식의 실리적이고 계산적인 접근이 일반화 되는 경우 세계 경제 환경은 매우 열악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부문에 대해 상호주의적이고 실리적인 관점을 가지고 득실을 따지는 경우 다른 나라들은 매우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러한 요구와 움직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과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트럼프 당선 이후 우리의 앞날은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침착하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미국의 국익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이 흔들리면 세계 질서에 이상이 생기면서 미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외교·안보·경제·국방 등이 일관성 있게 연결되면서 어느 한 분야가 잘못되면 전체적인 문제로 커질 수 있음을 고려한 다양한 협상전략과 채널이 필요하다. 설득과 소통을 통해 이를 각인시킬 경우 실리적인 미국 정부의 입장이 매우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여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또한 방위비의 경우 부담 증가를 어느 정도 각오하되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카드도 같이 제시함으로써 큰 손실이 발생할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커지면서 이들 사이에 낀 존재가 되지 않도록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 차제에 이러한 어려운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국제감각을 가진 지도자의 선택도 우리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트럼프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를 잘 이해하고 응전할 경우 우리는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적 과제를 떠올리게 되는 요즈음이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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