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익스트론 홈페이지 캡처
독일 반도체 기업 아익스트론을 인수하려던 중국 기업이 미국의 반대로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해외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중국의 ‘반도체굴기’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푸젠훙신(그랜드칩)투자펀드는 자사 홈페이지에 아익스트론 인수계획이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훙신은 “인수 약정상 조건을 실현할 방법이 사라져 더 이상 계약이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훙신 측은 인수 포기 이유로 미국 정부의 반대를 꼽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국가 안보를 해할 위험성이 있다며 훙신투자펀드의 아익스트론 미국 자회사 인수 계획을 영구적으로 포기할 것을 명령했다. 이보다 앞서 미 재무부도 “아익스트론의 기술은 군사적 용도가 있다”며 “외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인수를 중단하거나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아익스트론에 거래 포기를 권고한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의견과도 같은 맥락이다.
미 정부가 제동을 건 후 시장에서는 아익스트론이 미국 자회사 부문을 떼어내는 식으로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훙신은 이 경우 인수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경제부 대변인도 훙신의 인수 포기 발표에 대해 “해당 거래를 더 이상 살펴보지 않겠다”며 성사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훙신의 아익스트론 인수 무산은 중국 자본의 거침없는 해외 기업 인수에 대한 미 정부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WSJ는 훙신의 지분구조가 중국 정부와 직접 관계돼 있다고 추정된다는 안보전문가들의 발언과 함께 워싱턴 정계에 ‘중국이 서방의 민감한 반도체 기술 취득을 노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최근 중국 자금과 관련된 사모펀드 캐니언브리지파트너스의 미 래티스반도체 인수 제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미 하원의원 22명이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