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역 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김기덕 감독과 주연배우 츠바샤 나카에, 호리 나츠코, 알렌 아이가 참석한 가운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영화 ‘스톱’의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영화 ‘스톱’에 출연한 츠바샤 나카에, 호리 나츠코, 알렌 아이 등 세 배우는 한국에는 아직 낯설지만 일본에서는 각각 연극배우와 영화배우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다. 특히 여주인공인 호리 나츠코는 히라타 오리자 연출의 연극 ‘서울시민’에 출연하며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해 연극배우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 ‘스톱’ (좌측부터) 김기덕 감독, 알렌 아이, 호리 나츠코, 츠바샤 나카에 / 사진제공 = 김기덕필름
‘스톱’에 출연한 일본인 배우들은 모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그린 영화 ‘스톱’에 출연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일이라고 밝혔다.
영화에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살면서 기형아를 출산하는 어린 임산부를 연기한 알렌 아이는 “김기덕 감독님과 이런 소재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일본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출연하게 됐다”며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남편 역할을 맡은 츠바샤 나카에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서 이 사건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후유증이 직접 눈에 보이지는 않기에 지금 공포를 느끼고 있다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하지만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원자력 발전소 폭발의 후유증을 외면하려고 하는 모습이 있어서 걱정된다”고 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일본 정부에서는 가급적 숨기려고 하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후유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영화이기에 김기덕 감독은 ‘스톱’을 일본 현지에서 촬영하기도 쉽지 않았다. 김기덕 감독은 “소재가 소재인만큼 일본에서도 촬영 허가를 잘 안 해줬고, 실제로 촬영 중 경찰이 출동한 적도 세 번 정도 있었는데 그 때마다 배우들이 나부터 숨겨주면서 학생 단편영화라고 둘러대곤 했다”며, “이번에도 ‘그물’이 도쿄필멕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일본에 가는데 입국심사에서 걸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아마 3월에 ‘스톱’이 정식으로 일본에서 개봉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촬영 소회를 밝혔다.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영화 ‘스톱’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던 부부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김기덕 감독이 각본과 연출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두 혼자 담당하는 1인 제작 시스템을 통해 완성된 영화로, 8일부터 IPTV와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정식으로 개봉했다.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