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촛불집회] 외국인 눈에 비친 촛불 “상상도 못할 일” “자랑스러울 것” "I love it!"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절박한 심정으로 대한민국이 손에 꼭 쥐었던 촛불이 ‘역사’를 바꾸면서 새로운 축제문화를 만들어 냈다. 10일 7차 촛불집회가 한창인 광화문 광장을 일부러 찾았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이런 광경을 TV가 아니라 직접 지켜볼 수 있어 행운”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시민 수 백만 명이 모였는데도 사고나 큰 충돌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질서 있는 평화집회’에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날 오후 7시께 동화면세점 앞에서 만난 프랑스 국적의 관광객 겔(43)씨는 “아시아에서 이 정도 수준의 집회는 처음 아니냐”며 “보통 아시아 사람들은 ‘내일이면 좋아지겠지’라며 넘어가는 게 대부분인데 지금 한국의 상황은 그렇지 않아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겔씨는 “대한민국 국민은 스스로 자랑스러울 것 같다”며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집회와 조직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도 말했다. 그는 “한국의 촛불집회는 조직력이 좋아 보인다”며 ‘공연이 진행 중이니 뒷사람을 위해 앞 사람은 앉아 달라’는 안내방송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집회에 함께 나온 한국인 친구가 저 안내방송이 무슨 뜻인지 말해줬다”며 “그 방송을 듣자마자 사람들이 자리에 앉거나 옆으로 비켜주더라”고 설명했다.

모로코에서 온 레다(28)씨는 “너무 아름답다”고 입을 뗐다. 그는 “가장 멋진 점은 이곳에 모인 모두가 ‘하나’가 됐다는 것”이라며 “나라를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뭉치는 게 가능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 모습이 너무 좋다”고 거듭 이야기하면서 “I love it!”이라고 소리쳤다. 아시아 국가 곳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레다는 “다른 나라는 어딜 가든 경찰들이 돌아다니는데 한국은 평화집회가 이뤄지고 있으니 집회현장조차 경찰들이 감시하며 돌아다니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7차 촛불집회가 10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19시 항의의 의미로 촛불 소등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런 시위가 가능한 것 자체가 놀랄만한 일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베이징에서 온 자오쥔(23)씨는 “중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이렇게 시위하면 (중국은) 경찰이 바로 체포한다”고 설명했다. 자오쥔씨는 “많은 사람이 한 사람보다 중요하다”며 촛불집회가 이뤄낸 ‘탄핵 가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은 탄핵 가결이라는 현 상황에 자랑스러울 것 같다”면서도 “평화 시위는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촛불’이 역사를 새로 써내려 가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 왕옌(28)씨도 “이렇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인원에도 질서가 유지된다는 점이 신기하다”며 한국의 상황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언론에서 굉장히 보도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중국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인들도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내 “(중국에서는)불가능할 것”이라며 “한 가지 가능한 게 있다면 노점상은 한국보다 훨씬 많지 않겠느냐”고 자조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10일저녁 서울광화문 광장에서 7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이날 7번째를 맞으며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며 ‘결국 국민이 승리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낸 점이 주효했다. 그간의 촛불집회 역시 사안의 엄중함과는 별도로 참가한 시민들 모두 즐기는 분위기였지만 탄핵 가결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어서 무거운 공기까지 어찌할 수는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헌법재판소라는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판결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강한 희망을 보였다.

/김나영·이종호기자·최재서인턴기자·김영준인턴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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