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무(無)에서 금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인간의 열정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았다. 1997년 환란 때 우리 국민이 보여준 ‘금 모으기 운동’이 그것. 1997년 12월 새마을부녀자회의 ‘애국 가락지 모으기 운동’에서 시작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금 모으기 운동’을 제안하면서 본격화한 이 운동으로 불과 1년 만에 227톤의 금이 모였다. 장롱 속 돌 반지부터 금니까지 351만명이 힘을 보탠 결과 무려 21억3,000만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해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일시에 쏟아져나온 금 때문에 국제 시세가 폭락했고 같은 외환위기를 겪던 태국에서 금 모으기 운동을 따라 하기도 했다.
최근 환율이 급등해 비상이 걸린 터키에서 ‘금 사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달러를 팔아 리라나 금을 사라”고 호소한 데 따른 것이다. 리라 가치를 보호하고 금 보유량을 늘려 환란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공공기관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모양새다. 경제가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쿠데타 진압 후 공안 통치가 지속되면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탓이리라. 자발적 운동과 관제 캠페인이 가져오는 결과는 이렇듯 다르다.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