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키타 견’은 북부 산악지대가 원산지인 대형 스피츠 종으로 네모진 몸뚱이에 날렵한 얼굴을 갖고 있다. 원래 투견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멧돼지나 흑곰 사냥에도 뛰어난 소질을 가졌다. 일설에는 한국의 진돗개가 일본으로 넘어간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아키타 견은 1931년 일본 정부로부터 국보로 지정됐는데 헌신적이고 충직한 일본적 기질을 강조해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키타 견은 지금도 J리그 구단인 제프 유나이티드의 마스코트로 활약할 정도로 일본인들로부터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앞두고 아키타 견을 선물로 주려다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아키타 견은 2012년에도 푸틴에게 선물로 전달돼 막힌 외교협상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양국 간 영유권 분쟁에 휘말린 쿠릴 4개 섬 반환협상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 아베로서는 머쓱해질 일이다.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정치·외교의 현실에서 대의를 지키는 아키타 견의 충직함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