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지도부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홍재(왼쪽부터) 은평갑 당협위원장, 권성동 의원, 김무성 전 대표. /연합뉴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동반사퇴를 결단한 것은 당내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친박 지도부를 향해 우회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오는 21일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면서도 “이 약속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장우·조원진·최연혜 최고위원 등 친박계 지도부 전원에 대한 비주류 측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셈이다.
정 원내대표가 이날 사퇴의 변에서 “보수 정치의 본령은 책임을 지는 자세라고 배웠다”고 밝힌 것 역시 친박계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탄핵안 가결로 ‘폐족’ 위기에 내몰린 친박계가 강공 태세로 치고 나오면서 여권의 계파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이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 후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이정현·조원진·김진태·이장우 의원을 ‘친박 8적(賊)’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모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이들 8인은 국정을 농단하고 민심을 배반한 ‘최순실의 남자들’”이라며 “당장 당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전날 친박계 의원 50명이 결성한 ‘혁신과통합보수연합’ 모임에 대해서는 “사실상 보수 재건을 반대하는 수구세력이 모여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을 사당화하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고 폄하했다. 유승민 의원은 “민심을 거스르고 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해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에 대한 저항”이라고 일축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원진(왼쪽부터), 이정현 대표, 이장우 의원. /연합뉴스
이에 질세라 친박 일색인 당 최고위원회도 ‘독설 퍼레이드’를 연출하고 나섰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향해 “먹던 밥상을 엎고 쪽박까지 깨는 인간 이하의 처신을 했다”며 맹비난했다. 이정현 대표도 “마치 자신들(비박계)에게 모든 당권이 있는 것처럼 하고 있다”며 “뻔뻔스럽고 가소로운 짓이다. 오만·건방 떨지 말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런 가운데 양 계파는 분당이라는 중대결심을 내리기 전까지 중립 성향의 의원들을 최대한 포섭해 세력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탄핵정국을 기점으로 분명하게 나뉘어진 친박계와 비박계는 각각 50여명, 40여명 정도로 파악된다. 나머지 30여명은 중립 지대에 속해 있다. 여권 안팎에서는 정진석·한선교·조경태·이주영·이철우·김정훈 의원 등을 대표적인 중립 성향의 의원으로 지목하고 있다.
비주류 측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친박계가 13일 모임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회색지대에 있는 의원들을 일일이 접촉해 ‘문 닫기 전까지 어서 들어오라’는 식으로 회유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나윤석·권경원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