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단골로 다닌성형외과병원 원장 김영재씨 측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기소)과 긴밀히 접촉한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포착됐다.
청와대가 나서 김씨 사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김씨 측과 청와대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특검팀의 ‘의료 농단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3일 법조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은 검찰에서 넘겨받은 수사 기록을 검토한 결과, 정 전 비서관과 김씨 측이 박 대통령 취임 후 긴밀히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검팀은 김씨 측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사업 민원을 넣은 것으로 보고 이르면 내주께 정식 수사에 들어가면 정 전 비서관, 김씨 등 관련자를 소환해 접촉 배경 등을 캐물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최씨 모녀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 김씨에 관한 의혹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본격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최순실 특검법’에는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한 성형외과 원장(김영재)의 서울대병원 외래교수 위촉 과정 및 해외 진출 지원 등 청와대와 비서실의 개입과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 사건’이 핵심 수사 대상의 하나로 규정됐다.
의원급 성형외과를 운영하던 김씨는 현 정부 들어 청와대의 각종 지원을 발판 삼아 활발하게 국내외 사업을 벌여 든든한 뒷배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앞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4년 김씨의 해외 진출을 추진한 의혹도 일었다. 그러나 해외 진출이 제대로 되지 않자 얼마 뒤 조 전 수석이 그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는 말도 나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이 김씨가 개발해 쓰던 성형수술 ‘리프팅 실’(김영재 봉합사)의 임상 시험에 편의를 제공하거나 이 실을 수술 재료로 채택한 사실도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두 병원 모두 현 정부 대통령 주치의가 원장으로 재직한 곳이라 청와대의 입김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은 산부인과 일부 의료진이 김씨 가족 기업인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김영재 봉합사’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정부 지원금 15억원을 받는데 공동 연구자로 이름을 올린 의혹도 받는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안종범(구속기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씨의 부인인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박채윤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연구개발(R&D) 지원 과제로 3개를 선정했다가 갑자기 성형수술 봉합용 실 관련 과제가 추가됐다. 주형환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청와대 비서관실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보고받았다”고 밝혀 청와대의 관여가 있었음을 밝혔다.
특검팀은 향후 정 전 비서관과 김씨 측의 접촉이 안 전 수석의 전면 등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김씨 측과 정 전 비서관 사이에 다리를 놓아 줬는지,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김씨 측을 지원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지도 핵심 규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서도 주목을 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세월호 사고일인 2014년 4월 16일은 물론 박 대통령의 여러 해외 순방에 동행하면서 청와대 의료 시스템 밖에서 대통령을 진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그가 2013년 10월부터 올 8월까지 최씨를 ‘최보정’이라는 가명으로 총 136회 진료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특검에 인계했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김씨에게 특혜를 제공했는지와 함께 ‘대리 처방’ 의혹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영수 특검은 2일 한 라디오에 출연, ‘세월호 7시간’ 의혹도 수사 대상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국민이 지금 제기하는 가장 큰 의혹 중 하나 아니겠냐”며 포함된다고 답했다.
/김상민기자 ksm383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