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위기 탈출구 안보여

쇄신안 논의 위해 내일 회의 열지만
그룹 상당수 불참 통보 이어져
회원사 줄탈퇴에 속수무책
후임 회장·부회장 물색 난항

‘이렇게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위기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미궁을 헤매는 격이다. 해체 위기에 직면해 회원사들로부터 생존방안을 경청하려고 하나 모임 자리를 만드는 것부터가 여의치 않다.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제의를 받은 인사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한 부담으로 고사하는 상황이다. 회원사들은 속속 탈퇴하고 재건방안은 찾기 힘들어지면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전경련은 내년 2월9일과 23일 각각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열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각계에서 쏟아지는 쇄신방안을 내놓게 된다. 정부도 전경련이 자기혁신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쇄신에 속도를 내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전경련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13일 “전경련을 무조건 해체할 경우 전경련회관 등 자산에 대한 소유권 처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200여명에 달하는 사무국 직원들의 처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전경련회관을 포함해 자산을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이관하고 전경련이라는 이름도 새롭게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오는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삼성·현대차·SK·LG를 비롯한 주요 그룹 회원사들을 상대로 모임을 열어 쇄신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일정 조율에 나섰다. 참석 대상은 일정 조율이 불가능한 그룹 총수들 대신 대외 파트를 담당하는 사장급 실무자들로 정했다.


하지만 주요 그룹들이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해 일정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SK 등은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 탈퇴를 선언해 참석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소나기가 쏟아질 때는 잠시 피해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뇌물죄가 포함돼 있어 전경련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내년 2월 정기총회 때까지 존폐 등 진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낸다는 목표를 세우고 주요 회원사들을 상대로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기업은 물론 금융기관들도 탈퇴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주요 국책금융기관들이 지난 12일 일제히 탈퇴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보도 우편으로 전경련에 서류를 발송한 상태다.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과 신한은행 등이 탈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전경련은 내년 2월 이전에 회원사들의 총의로 쇄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쇄신안으로는 전경련의 핵심인 경제단체 기능을 없애고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 등으로 조직을 탈바꿈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서정명·이종혁기자 vicsj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