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리 인상이라는 직격탄에 바이오업계가 또다시 어깨를 움츠리고 있다.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해지에 따른 후폭풍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불똥으로 가뜩이나 휘청이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다. 몇몇 벤처캐피털(VC)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라 대체 투자처가 생긴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이 관련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상장 바이오벤처 업체 대표는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이며 신약 개발에 매진한다는 것 외에 별도 대응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발 국내 금리 상승이라는 시장 우려로 신라젠이나 퓨쳐켐 등의 바이오벤처는 공모가를 애초보다 20%가량 낮춰 이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등 예전보다 자금 동원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 힘입어 지난 3년간 신규 투자 자금이 계속 몰려들며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바이오벤처들 또한 다소간 타격이 전망된다. 이미 VC업계의 지난 10월 바이오·의료 부문 신규 투자액은 전달 대비 절반 수준인 380억원을 기록하는 등 한미약품 사태나 미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성재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원은 “미 금리 인상이 바이오 부문 주가 등에 선반영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업계 전반에 악재”라며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업계가 추가적으로 받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벤처들이 펀드 결성 때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VC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과거와 달리 바이오벤처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펀드들 대부분이 기관이 중요 투자자라는 점에서 큰 영향은 없더라도 자금 동원력이 어느 정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신약 개발이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기 파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이번 금리 인상은 결국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인 만큼 미국에 파트너사를 둔 국내 바이오벤처에는 오히려 기회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신약 개발은 꾸준히 진행되는 장기 과제라는 점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미칠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신약 개발 벤처의 해외 파트너사들이 주로 미국에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