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2.1%로 0.1%포인트 올려잡았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7%에서 2.4%로 낮췄다. 이마저도 최근의 정치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사태가 계속된다면 2% 초반으로 둔화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최근 달러 강세로 신흥국이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 되면 한국의 성장률이 1%대로 대폭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경제연구기관의 분석도 비슷하다. 노무라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로 봤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의 정치 불확실성이 불거지기 전에 성장률을 2.2%로 제시했다. 정치 불안에 따른 내수 위축 등을 고려하면 전망치가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종합해 보면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에 뒤질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에 뒤진 것은 1998년이 마지막(국제통화기금(IMF) 집계 기준)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우리 경제는 1998년 -5.5%로 충격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은 4.5%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우리 경제는 계속해서 미국 경제성장률을 크게 따돌렸다. 1999년 무려 11.3%의 성장률을 기록해 미국(4.7%)을 멀찍이 앞섰다. 외환위기의 충격을 내수로 벗어나고자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이 있었고 결국 2003년 카드대란이 일어났지만 성장률은 2.9%로 미국(2.8%)을 소폭 앞섰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한국이 2.8%, 미국이 -0.3%였고 2009년에도 각각 0.7%, -2.8%로 우리가 높았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은 각각 2.6%로 동일했지만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고려하면 한국이 2.61%, 미국이 2.60%로 한국이 미세하게 앞섰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성장률도 멀찍이 따돌려왔다. 하지만 2011년부터 이야기가 달라졌다. 2010년 6.5%로 세계경제성장률(5.5%)을 웃돌았지만 2011년 3.7%로 4.2%인 세계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세계경제성장률에 못 미쳤다. 올해도 2%대 중반에 그쳐 3.1%로 예상되는 세계성장률에 미달할 전망이며 내년도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