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회의에서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 요지./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심판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할 자료들이 없고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한 법 위반이 없다”며 반박했다. 특히 최순실의 국정 농단 관련해서는 헌법의 연좌제 금지 규정을 들어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항변했다.
국회 측 탄핵심판 소추위원단과 실무대리인단이 18일 공개한 답변서 요지를 보면 박 대통령 측은 “뇌물죄 등은 최순실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절차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후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부터 시작되는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1심 재판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논리로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탄핵소추 절차에 심각한 법적 흠결이 있고, 소추 사유는 사실이 아니며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청구는 각하 또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법률 위배 행위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면서 “탄핵소추안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는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로 단정해 무죄추정 원칙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최순실의 행위 책임을 피청구인의 헌법상 책임으로 구성하는 것은 헌법 제13조 제3항에 따른 연좌제 금지의 정신과 자기 책임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연좌제 금지’를 반격 카드로 내밀었다.
다음은 국회 측 탄핵심판 소추위원단과 실무대리인단이 공개한 박 대통령 답변서 요지다.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회의에서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 요지. /연합뉴스
◇ 서론
탄핵소추 절차에 있어서 심각한 법적 흠결이 있고, 소추사유는 사실이 아니며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청구는 각하 또는 기각되어야 함.
◇ 탄핵소추 절차의 문제점
▲ 객관적 증거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 각하 = 소추의결서에 첨부된 ‘증거 기타 조사상 참고자료’는 1) 공소장 2) 언론의 의혹 제기 기사로, 객관적 증거가 되지 않음.
▲ 대통령에게 절차상 권리로서 방어권(항변권)이 보장될 필요 = 국회 소추 절차에서 피청구인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은 점은 무죄추정 원칙을 침해한 위헌적 처사임.
▲ ‘낮은 지지율 및 100만 촛불 집회로 국민의 탄핵 의사가 분명해졌다’는 사유로 이뤄진 탄핵소추는 대통령 임기 보장 규정을 몰각, 무시하고, 헌법상 권력구조의 본질을 훼손하는 위헌적 처사임.
◇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답변
1. 전반적인 문제점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 법률 위배행위는 모두 사실이 아님. 탄핵소추안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는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로 단정하여 무죄추정원칙을 위반하였음. 최순실의 행위 책임을 피청구인의 헌법상 책임으로 구성하는 것은 헌법 제13조제3항에 따른 연좌제 금지의 정신과 자기 책임 원칙을 위배하는 것임.
2. 헌법위배행위 부분
▲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등 위반 여부 = 최순실 등이 국정 및 고위 공직 인사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입증된 바 없음. 미르·K재단 사업 등은 대통령 국정수행의 극히 일부분이고,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은 사익을 취한 바 없으며, 최순실의 사익추구를 인식하지 못했음.
▲ 직업공무원제도 및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 평등원칙 위반 여부 = 소추의결서에 적시된 공무원들은 법정 절차를 거쳐 임명된 공무원이고, 피청구인이 최종 인사권을 행사한 이상 일부 인사 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참고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한 것은 아님.
▲ 재산권 보장 등 위반 여부 = 피청구인은 기업들에게 강제적으로 재단 출연을 요구한 바가 없고, 출연기업 관계자들은 검찰조사 등에게 자발적 기금모집의 경우라고 진술함.
▲ 언론 및 직업선택의 자유 위반 여부 = 정정보도 청구 등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할 수 없고, 피청구인이 세계일보 등 언론사에 대한 임원 해임을 요구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음.
▲생명권 보장 위반 여부 = 피청구인은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유관기관 등을 통해 피해자 구조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하고, 대규모 인명 피해 정황이 드러나자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가 현장 지휘를 함. 중대한 재난사고에 대응한 피청구인 대응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적합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음.
3. 법률 위배행위 부분
▲ 재단 관련 뇌물수수죄 성립 여부 = 미르재단 등은 공익사업이고, 피청구인은 기업인들에게 대가를 조건으로 기금을 부탁한 것은 아니므로 뇌물수수 고의가 인정되지 않음.
▲ 재단 관련 제3자뇌물수수죄 성립여부 = 기업의 부정한 청탁이 입증된 바 없고, 막연히 선처하여 줄 것이라는 기대나 직무 집행과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해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없음.
▲ 재단 관련 직권남용 및 강요죄 성립 여부 = 강요는 기업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한 행위이고, 뇌물은 자발적으로 한 행위로서 양립 불가한데, 대기업 재단 출연금 관련하여 뇌물수수 등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강요죄에 해당한다는 것은 모순된 사실임.
▲ 최순실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관련 범죄 성립 여부 = 피청구인은 KD코퍼레이션의 현대차 납품과 관련하여 경제적 이익을 받은 바 없고, 최순실과 공모하지 않았으며 금원을 받은 사실을 알지 못함.
안종범을 통해 현대차 그룹에게 최순실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남품받도록 하고 최순실이 KD코퍼레이션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만으로 피청구인에 대한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음.
피청구인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적극 해결해주라고 관계 수석에게 지시한 것은 국정업무의 일환으로서 제3자 뇌물수수의 고의가 없음.
▲ 공무상비밀누설죄 성립 여부 = 연설문 이외 문건들이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 지시로 최순실에게 전달된 것이 아니며, 유출된 연설문은 선언적·추상적 내용이고 주변 지인의 의견을 청취한 것이므로 누설로 보기 어려움.
◇ 결론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할 자료들이 없고, 뇌물죄 등은 최순실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절차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후 결정되어야 할 것임.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한 법 위반이 없음.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