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에선 왜 장수기업이 나오지 않을까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창업 후 30년이 넘은 장수기업이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기업체 행정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법인세를 낸 58만5,000여개 기업 중 설립 30년이 지난 기업은 2%에 불과했다. 50년 이상 된 곳은 0.2%에 그쳤다. 반면 업력이 3년밖에 안 된 기업이 전체의 32.8%, 10년 미만인 업체가 70%에 달했다. 물론 젊은 기업들이 많으면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혁신기술·제품 개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업이라도 5년,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면 경제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존속하면서 안정적인 고용 유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장수기업이 필요한 이유다.

독일·일본 등이 선진국 위상을 유지하는 데는 장수기업들의 역할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에는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7,212개사나 존재한다. 일본이 3,113개로 가장 많고 독일 1,563개, 프랑스 331개 등의 순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100년 넘은 업체가 두산 등 7개사 정도다.

이렇게 된 데는 장수기업을 막는 환경 탓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가업승계 등의 문제 때문에 포기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상속공제 제한도 그런 걸림돌 중 하나다. 그런데도 국회는 19대에 이어 20대 들어서도 상속공제 대상의 확대·축소를 두고 정파적 논쟁만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장수기업은커녕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기반만 훼손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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