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강북금융센터를 찾은 한 고객이 전담 프라이빗뱅커(PB)에게 자산관리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권욱기자
미국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다음 날인 지난 16일 서울 을지로의 삼성증권(016360) 강북금융센터. 50대 중반의 한 정보기술(IT)업체 대표가 센터를 찾았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개인 자산을 보유한 그로서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금융시장의 변화에 맞춰 자신의 자산관리 전략을 점검받기 위해서다. 고급스럽게 꾸며진 상담실에 들어서자 전담 프라이빗뱅커(PB)가 태블릿 PC를 꺼내 자산운용 현황과 시장전망을 꼼꼼히 분석해준다. PB와의 상담이 끝나자 이번에는 세무·회계 전문가로부터 절세를 위한 여러 조언을 듣는다. 최근 새로운 공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그는 부동산 전문가에게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한자리에서 자산관리·세무·부동산 전문가들의 짜임새 있는 컨설팅을 받은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상담실을 나섰다.국내 증권사 가운데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서울 강남 등 주요 거점에 7곳의 대형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의 대형점포는 기존 지점들을 모두 통폐합해 만들었다. 지점을 운영하면서 대형점포를 만든 것은 사실상 삼성증권이 처음이다.
삼성증권 강북금융센터는 운용자산 규모만 무려 20조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대기업이 1년간 벌어들이는 매출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PB 숫자는 70여명. 산술적으로 PB 1명당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셈이다. 센터에 자산을 맡긴 고객 중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중견 그룹 오너를 비롯해 성북동·평창동·한남동으로 대표되는 강북의 전통 부촌에 사는 고액 자산가들이 즐비하다.
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특히 비즈니스로 바쁜 기업체 대표의 경우 개인의 자산관리에서부터 상속·증여, 부동산투자, 세금 문제는 물론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자금운용 컨설팅까지 한자리에서 모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인수합병(M&A)과 자금조달에 관심이 많은 경영자와 법인고객을 겨냥해 조만간 본사의 투자은행(IB) 전문인력도 파견받아 IB 관련 서비스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증권사 압축판인 셈이다.
심재은 강북금융센터장은 “대형점포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꾸려진 팀 형태의 운영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것은 물론 부서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아직 미처 발굴하지 못한 고액 자산가들을 유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다른 증권사들도 잇따라 대형점포를 열며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005940)은 내년 1월 서울 광화문과 삼성동에 초대형 거점점포를 열고 하나금융투자도 2월 대형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006800)도 내년 초 서울과 전국 주요 도시 7곳에 IB와 자산관리(WM) 기능을 모두 갖춘 대형점포인 IWC를 신설할 예정이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